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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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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에너지 위기’라던데 유럽에 가스공급 넘친다?…에너지 대란 문제없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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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운반선(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돼왔다. 하지만 정작 유럽의 에너지 공급 상황은 넉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가스 비축량이 거의 가득 차 하역할 곳을 찾지 못해 배회하는 유럽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늘고 있는 추세다. 유럽의 가스 가격도 지난 여름에 비해 대폭 떨어져 ‘최악은 지났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이 사용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급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역시 급락세다. 이날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100유로(약 14만25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말의 349유로에 비해 70% 넘게 빠진 수준이다.

유럽의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한데다 러시아산 가스가 끊긴 유럽에서 대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맞물려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블룸버그가 자체 예측한 날씨 전망에 따르면 적어도 11월까지 날씨는 평소보다 온화하게 유지될 듯하다.

게다가 이달 유럽행 LNG 운반선이 전월 대비 19% 증가한 82척으로 집계되는 등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난방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유럽에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는 상황이다.

유럽의 가스업계 단체인 가스인프라유럽(GIE)은 유럽 내 가스 비축량이 93.6%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독일의 경우 비축량이 98%에 육박한다. 이는 애초 유럽연합(EU)이 11월까지 목표치로 정한 80%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 결과 하역하지 못한 채 바다를 떠도는 LNG 운반선이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NG 운반선이 하역을 기다리면서 바다 위에 머무는 기간은 20일을 넘어섰다. 이는 2017년 이후 최장기다. 스페인 국영 에너지 업체 에나가스는 과잉 수입분을 흡수할 여력마저 사라지면서 하역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LNG 운반선은 예상치 못한 수요가 발생해 가격이 다시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LGN 선사 플렉스 LNG의 오이스타인 칼레클레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상황이 내년 1월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 유럽에 에너지 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기업 일루미아의 수석 애널리스트이자 기상학자인 지아코모 마사토는 "유럽의 가스 공급과잉이 적어도 12월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월에 한파가 장기화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라도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할 경우 재고량이 급감할 수 있다. 날씨가 최대 변수인 셈이다. 독일의 가스 비축량은 100%에 가깝지만 기온이 평년에 비해 갑자기 떨어질 경우 물량은 2개월 만에 바닥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천연가스 선물시장에서 내년 2월물의 프리미엄이 올해 11월물에 비해 44% 높은 상황이다.

유럽인들의 천연가스 소비심리, 에너지 시설의 추가 사보타주, 아시아의 수요증가 가능성도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됐다. EU의 정책입안자들은 기온이 떨어지면 최근 가스 가격의 하락세가 가스 소비를 자극할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티메라 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유럽의 가스 수요는 7∼9% 감소한 상황이다. 이는 EU가 제시한 15% 감축 목표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산업용 소비 급감에 따른 결과다. 티메라 에너지 측은 "위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EU 27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가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가격상한제를 두고 절충안 모색에 나섰다. 그러나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차가 있어 내달 24일 긴급회의를 다시 열고 가격상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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