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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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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보상 약속 받았지만…기업인 망신 주기 국감 ‘여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5 15:28
김범수최수연이해진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반증인으로 소환된 기업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글로벌투자총괄(GIO).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소환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불러일으킨 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발방지 노력 및 보상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한편, 국회의 ‘기업인 망신주기’ 행태가 여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전날 자정을 기점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전날 치러진 종합감사는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불러일으킨 기업의 총수 및 CEO(최고경영자)를 모두 증인으로 소환해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겸 GIO(글로벌투자총괄),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은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재발방지 및 폭 넓은 보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과방위 국감이 국회 ‘구악(舊惡)’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인 망신주기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먹통 사태를 둘러싼 3개 기업 모두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는데도 경영 일선을 떠나있는 총수를 불러낸 것 자체가 ‘기업 길들이기’라는 평가다. 전날 오후 2시30분께 시작된 일반 증인 심문은 자정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는데, 10시간 가량 자리를 지킨 이 창업주의 답변 시간은 총 3분에 못 미쳤다. 최 대표의 발언 시간도 1분을 넘기지 못했다. SK그룹의 최 회장 경우 이날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강경대응을 시사하며 이날 오후 8시30분께 부랴부랴 소환에 응해야 했다.

기업인들을 향한 ‘호통 치기’도 여전했다. 정 위원장은 김 창업주를 향해 "돈을 많이 벌면서 돈을 아끼려고 이중화 시스템을 안 갖춘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김 창업주가 카카오의 이중화 수준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논쟁을 해봤자 (내게) 진다. 결국 본인들이 대비 안해서 이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말을 잘랐다.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이어지는 의원들의 ‘기업인 다그치기’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최 회장을 향해 "카카오 장애와 관련된 기업의 총수 세분이 다 모여 있는데, 참 보기 힘든 장면이고 한편으론 큰 기대가 된다"면서 "법적인 문제는 각 기업이 서로 다른 입장이겠지만, 혹시 (세 사람이) 함께 모여 풀고자 하는 의향이 있나"를 질의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이해진, 김범수 창업주가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자, 허 의원은 "의향이 없나", "만나지 않겠다는 건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가"며 다그쳐 물었고, 결국 세 총수들은 결국 "추진해보겠다"며 뜨뜻미지근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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