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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사진=AFP/연합) |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일어난 최근 배터리 화재 사태가 촉발한 두려움은 전기차 부문에서 새로운 걱정거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산 배터리의 잇따른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점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 15일 경기 성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시작됐다.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불이 나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화재가 난 것은 무정전전원장치(UPS)용 예비 배터리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원이 멈출 경우 비상용 발전기에 전력을 공급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여러 개를 묶어 만드는 형태다. 해당 리튬이온 배터리는 SK온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하 SK C&C 대표는 2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 출석해 "(수사·소방 당국에서) 원인 규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배터리 쪽의 이슈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정확한 원인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UPS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배터리에도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블룸버그가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DS자산운용의 윤준원 펀드매니저는 이번 사태로 "포드, 폭스바겐 등의 공급사인 SK온에 특히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45.7GWh(기가와트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5GWh), SK온(2.2GWh), 삼성SDI(2.1GWh) 등 K배터리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둘러싼 안전성 우려가 도마 위에 다시 오른 만큼 앞으로 비슷한 사고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부터 나서야 한다"며 "일단 배터리에 화재 같은 이상이 생기면 그 여파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한 배터리 문제로 대규모 차량 리콜 사태를 겪은 바 있다. 2017년부터 최근 6년 사이 보고된 국내 ESS 화재 사고만 38건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제조사의 과실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테슬라 ESS 화재 사건에 대해 거론하며 "배터리 불량으로 테슬라를 탓하는 것은 요점으로부터 벗어난 비난"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규모 제품에 잘 쓰인다고 해서 대규모 용도에도 적합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