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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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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시기"…고물가·수요둔화에 美 소비재 공룡들의 생존전략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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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재 공룡들이 살아남기 위해 각양각색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비용이 상승하고 일부 제품에 대한 소비가 시들해지자 기업 임원들의 돌파전략들이 조명받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실적 압박이 조금씩 가해지자 업종 불문하고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는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장사들의 3분기 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5%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S&P 500 상장 기업의 20%가 실적을 공개했다. 이들 기업의 연간 기준 실적 성장세는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느린 것으로 보고됐다. 실적 공개 기업들 중 72%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주당순이익(ESP)을 기록했지만 5년과 10년 평균치는 밑돌았다.

마블 피규어, 너프 등 완구제품으로 친숙한 미국 기업 해즈브로의 3분기 매출은 인플레 여파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 급감했다. 크리스 콕스 해즈브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가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 예민해졌다"고 설명했다.

인플레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져 소비 등에 쓰이는 비용도 줄자 미국 소비재 업체들은 다양한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갬블(PG)은 소비자들이 저가 브랜드로 눈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광고에 열 올리는 등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하면서 선택의 폭도 넓혔다. PG의 안드레 슐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묶음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의 가격을 10달러 밑, 혹은 30∼40달러대 위로 책정하는 게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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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즌 로고(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의 통신망을 장악하고 있는 버라이즌과 AT&T 모두 지난 6월부터 요금제 가격 인상에 나섰다. 양사의 임원들은 요금제 가격 인상이 수익성 확보에 한몫했다고 전했다. AT&T는 핵심 수익원인 후불 무선 가입자 수가 지난 3분기 70만8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버라이즌도 8000명 증가했다.

통신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금제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매트 엘리스 버라이즌 CFO는 "이치에만 맞는다면 특정 서비스 가격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전했다.

유명 가전업체 월풀은 악화하는 거시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35% 줄이기로 결정했다. 수요둔화와 비용상승에 직면한 월풀의 경우 3분기 북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7% 줄고 이익은 49% 급감했다.

마크 비처 월풀 CEO는 "수요가 줄고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며 "불경기 환경에선 비용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되레 전례 없는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WSJ는 산업재 유통업체 패스널을 예로 들며 지속적인 비용 인상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세가 예전과 달리 그리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홀든 루이스 패스널 CFO는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게 현 시장의 분위기"라며 "제품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제품 인플레가 완화하는 징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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