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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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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둠’의 새로운 ‘파멸적 전망’…"70년대·금융위기 합친 결과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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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또 다시 파멸적 예언을 내놨다. 경기침체를 못 버티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한 채 긴축정책을 포기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로 인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침체 속 물가 상승)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합친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게 닥터둠의 주장이다. 

루비니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운영하는 ‘오드 롯츠’(Odd Lots) 팟캐스트에 출연,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과 경제적 고통은 중앙은행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전에 결국 통화정책 긴축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증시가 올 들어 20% 넘게 빠졌고 미국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있으며 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붕괴 위기에 직면하자 긴축을 중단하고, 그 결과로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시기에 갇힐 것이라는 루비니 교수의 확신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루비니 교수는 "지금은 고통의 시작에 불과한다. 진짜 고통은 다가올 것이고 미국이 아니더라도 세계적 거대 금융기관에서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며 "거대하고 체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무너져 또 다른 ‘리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심각한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결국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겁을 먹고 (긴축을) 확실히 안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은행(BOE)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이 일어나자 BOE는 현대통화이론(MMT)으로 다시 돌아섰다"며 "이 현상은 세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총리이 지난달 경제 정책을 제시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자 BOE은 당초 예정된 대차대조표 축소를 지연하고 국채매입에 나섰다.

루비니 교수는 또 "연준은 연착륙이나 짧고 얕은 경착륙에 대한 망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며 "이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경기침체는 추악(ugly)하고 금융위기는 온다"고 말했다.

심지어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루비니 교수는 "부정적인 공급 충격 때문"이라며 "부정적인 공급 충격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키는 공급 압박이 단기적으로 완화되지만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에서의 차질 △탈(脫) 세계화 △프렌드 쇼어링 △고령화 △이민 제한 정책 △싸이버전쟁 △포퓰리즘 정책 △노동조합 부상 △앞으로의 팬데믹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향후 몇 년 동안 경기성장이 제한되고 물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전 세계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합되는 결과에 직면할 것이란 게 닥터둠의 전망이다.

그는 또 선진국들의 막대한 부채로 이번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에 비해 더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70년대에도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일어났지만 선진국들의 부채 비율은 GDP 대비 100%였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땐 부정적인 수요 쇼크와 신용경색으로 디플레이션이 일어났기 때문에 원했던 만큼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수 있엇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전 세계와 선진국들의 부채비율은 각각 350%, 420%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루비니 교수는 "암울한 경제 환경이 좌파와 우파 쪽에서의 포퓰리즘으로 주류 정치가 붕괴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사회적, 정치적 압력 측면에서 시한폭탄에 처해있다. 경제위기, 금융위기, 지정학적 위기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루비니 교수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예견한 인물로 유명하지만 과거 오드 롯츠 팟캐스트 출현을 통해서 선견지명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루비니 교수는 2020년 5월 같은 팟캐스트에 나와서 경기 회복 뒤에는 공급 충격과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는 기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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