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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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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커지는 무역적자, 경제위기 도화선 안되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06 10:10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오정근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올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올 4월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 내리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까지 누계 기준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289억 달러다. 올해 무역수지적자가 480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 달러의 약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가장 큰 요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수입물가가 높은 가운데 세계경제 둔화로 한국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수출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둔화로 기업들의 재고가 증가하고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벌써 대외무역면에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지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매력을 하락시켜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져 원화가치 절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무역수지 관리는 실물경제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 물류애로해소 등 공급망 안정에 노력하는 한편, 무역금융 확대, 연구개발(R&D) 세제지원강화 법인세인하 등 세제개혁, 규제 개혁, 노동개혁, 신성장동력 확보 지원 등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통상정책에도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으로 한국의 대미국 자동차수출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최대 7500달러(약 979만원) 의 세액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북미에서 제조는 물론, 배터리 부품의 50% 광물 40% 이상을 조달해야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들이 세액공제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어 발표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은 미국의 세액공제를 받은 기업이 중국 내 공장을 짓거나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경우, 보조금을 회수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격탄이 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보다 강력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이르면 수일내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해 생산했다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도 미국 상무부가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동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미국 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미 정부는 이와 함께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기업에 14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생산용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바이오의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미국에서 하도록 하는 ‘미국 우선주의’ 조항을 담고 있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BBC(Bio·Battery·Chip)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국의 유력수출품목인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가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통상정책 대응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무역수지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도 위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로 구성되어 있다.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이어서 수입은 운임·보험료 포함 가격(CIF)으로 계산하는 반면 국제수지상 상품수지에서 수입은 운임과 보험료를 빼고 계산하는 방식이어서 무역수지가 상품수지보다 적게 된다. 무역수지적자가 지속되면서 7월에는 상품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해외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어 경상수지도 연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정적자와 더불어 쌍둥이적자가 고착화되어 급격한 미국금리인상이 가져오는 대외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신뢰도를 추락시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우려도 있다. 무역수지적자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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