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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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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무역적자 확대, 속수무책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04 10:11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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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는 꾸준히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외환보유액을 증가시키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양호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금년 들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적자폭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달 37.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자금 이탈도 심상치 않은 가운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환율은 폭등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금년도 우리나라는 왜 갑작스럽게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는가,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등의 기본적인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가별로 보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지난 30년 가까이 흑자를 기록하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556억 달러 흑자로 고점을 기록한 이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전히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유지하였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그 추세가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감소하거나 기존 중국에 투자한 기업이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긴 것과 관련이 깊다.

또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가 한류에 대해 제한을 가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소비재 경쟁력이 약화되고, 한국 정부가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신남방정책, 미국의 공급망 협력 등의 정책을 취한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 전반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감소한 반면, 베트남 등 여타 지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해당 국가들로부터 무역수지 흑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무역수지는 327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금년에도 8월까지 233억 달러의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급속히 악화시킨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러 전쟁은 곡물가격과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다행히 러시아의 협조로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재개하면서 곡물가격은 상당히 안정세를 회복하였다. 그러나 동 전쟁은 지난 10여 년간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를 폭등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수입액을 대폭 증가시켰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을 제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증산을 제한하면서 국제 유가는 120달러에 근접하기도 하였다.

국제유가 외에도 그 동안 저렴하게 수입해왔던 구리, 리튬 등 소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액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당 부분의 소재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면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은 유가나 소재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유가나 소재 가격은 상당히 안정되면서 수입액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한편,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원가가 크게 상승하여 불황형 수입 감소를 유발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결국 무역수지 적자는 단기적으로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황형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변동에 따라 무역수지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경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신화에 도취되어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소재 등 산업을 꾸준히 육성해야 할 것이다. 금년도 7월까지 정밀화학원료(소재) 무역수지는 52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 전체 적자액(51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최대 적자 품목으로 올라선 것을 무겁게 받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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