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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정부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속앓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9 17:35

정부 "민생 부담 덜어줘야…인상 억제" 주문
업계 "지원대책 실효성 낮아…인상압박 여전"
10월 국감 기업인 줄소환, 부정여론 등 부담감

농심 일부 라면 가격 인상<YONHAP NO-3116>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최근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공식 요청에 식품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즉, 정부의 물가안정 협조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국내외 인플레이션의 지속에 따른 제조비용 증가 부담을 계속 감수할 수도 없어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7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대상·오뚜기·삼양식품·동서식품·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제조업체 임원진과 만나 고물가에 따른 가격 인상을 억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일어날 경우 부당한 가격인상·편승 인상 등으로 민생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의 요청에 식품업계는 소비자 고충을 분담하는 취지에서 공감하지만 여전히 원가 부담이 높아 업체 차원에서 감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A식품업체 관계자는 "바라보는 시각이야 다르지만 대외적으로 식품업계가 마진을 크게 남기고 큰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며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억제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내년까지 무관세 혜택을 연장 검토하겠다며 추가 지원의 당근도 내놓았지만 정책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업계의 반응도 뒤따른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물가 안정 대책으로 올 연말까지 밀·밀가루 등 7개 수입품목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부분의 품목이 무관세 또는 매우 낮은 관세율로 수입되고 있어 실제 효과는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B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미 면세품목이 여럿인데다 관세를 조절한 양도 많지 않다"며 "밀가루 가격 상승 요인을 70% 지원하겠다는 대책 대상도 제분업계에 머물러 2차 식품제조업체는 직접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보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환율이 계속 오른다면 결국 물가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환율 인상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히, 밀·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의 식품업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산업 특성상 달러 강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통상 시카고 선물거래소 같은 곳에서 소맥분·팜유 가격이 상승하면 실제 1~2분기 이후 구매 가격에 반영 된다"며 "현 시점에서 가격 하향세여도 올 상반기께 원부자재 단가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 인상 압박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편, 10월 초로 예정된 정기국회 국정감사에 식품업체 대표들의 줄소환이 예고돼 있어 정치권에서 가격 인상이 주요이슈로 떠오를 경우 업계의 대외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감에서 여야 위원들이 식품사의 가격 인상 경위를 집중 추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 요구가 강한 만큼 당분간 가격 인상 움직임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국감 이후 인플레이션 기조가 꺾이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가격 인상 불가피성이 제기되고, 특히 가격 인상을 반영 못한 식품사를 중심으로 정부 입김과 수익 악화의 갈림길에서 눈치보기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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