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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IAU서울캠퍼스 도시기술경영대학 대학장 |
올해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60년 이래 최악의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중국 장강 수위가 15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평균 강수량이 1.1mm 수준인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는 올해 7월 하루 동안 26.6mm 폭우지기도 했다. 뉴욕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역사상 최초로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당시 뉴욕 시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도시 전역이 사상 유례없는 재난과 맞닥뜨렸다"고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8월 8일에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강남대로와 서초대로 일대가 침수되어 차량이 둥둥 떠다녔다. 반지하 주택과 지하주차장의 침수로 4명이 사망했다. 기상청 지점(동작구 신대방동)에는 시간당 강우량(141.5mm) 489년 빈도, 3시간당 강우량(259mm) 약 2151년 빈도, 일 강우량(381.5mm) 109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적으로 발생한 일련의 기상 재앙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며, 인류가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재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정도 높아진 지구가 스스로 몸부림치고 있다. 폭염, 극한 가뭄, 대홍수, 우박, 태풍이 발작적이고 폭력적으로 인간 문명을 강타하고 있다.
도시는 기상 재앙에 취약하다. 기상 재앙을 대비하여 설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홍수 피해가 극심하다.
116.0mm/hr의 폭우로 강남대로 일대가 침수되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현재 서울시 우수 배수 설계 강우량인 75mm/hr의 1.5배 폭우 때문이었다. 2018년 착공해 완공을 앞두고 있는 강남역 일대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직경 7.1m, 총연장 1.16km)의 설계 강우량이 85mm/hr이다. 내년에 100mm이상의 폭우가 내리면, 또 침수된다는 얘기다. 뉴욕시는 2080년 900㎜/hr 폭우에 대응하는 도시 방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도시 계획은 그 전과는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매년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고 예상해야 한다. ‘141.5mm/hr’이상 비가 내릴 수 있다. ‘도시 대홍수’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내년, 단기, 중장기 대책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내년을 대비하여, 상습침수지역의 지하공간에 대한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반지하 주택, 지하철 역사, 지하주차장의 침수는 다반사로 반복되고 있다. 지하공간에 침수방지시설(역류방지밸브, 차수판 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기존의 반지하 주택을 없앤다거나 새로 못 짓게 하는 것은 중장기 대책으로나 가능하다. 우선, 채광과 통풍이 가능하면서도 침수에 대비할 수 있는 건축 설계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개선 공사시에 공공은 실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내년 폭우를 대비한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
둘째, 단기 대책으로, 아스팔트 등 불투수성 바닥을 투수성 바닥으로 바꾸어 빗물 저장 용량을 도시 전체로 분산해야 한다. 대규모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장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대책이 필요하다. 도심 지표면의 약 80%는 불투수성 재료로 마감되어 있다. 불투수성 바닥재로 인하여 빗물이 내린 곳에 바로 흡수되지 못하고 배수관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홍수를 발생하게 한다. 도로, 공원, 학교 운동장, 옥외 주차장 등을 투수성 재료로 마감하거나 잔디를 심어 빗물을 머금게 하거나 빗물이 모일 수 있는 저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녹색 도시로 탈바꿈이라는 큰 틀 속에서 대홍수에 대비해야 한다. 재앙급 대홍수에 대비하여 배수 시설 용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도시 구조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복개된 도시 하천을 오픈하는 것도 좋다. 복개하천의 오픈은 도시의 어메너티를 증진시키면서도 홍수시 지역의 통수 기능을 높일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 추진되었던 청계천 복원 사업은 모범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대규모 토목사업이 요구되는 우수배수시설 증축과 하천 정비도 기상 재앙 대응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강남 일대 홍수 방지 성능 목표를 현재의 75mm/hr에서 중장기적으로 150mm/hr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