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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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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규제 강화 직면한 가상자산의 미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8 10:41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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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올해 9월에는 가상자산 시장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 우선 지난 15일(미국시간),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더리움이 그 작동방식을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바꾸는 시스템 변경을 단행했다. 이더리움 진영은 이 변경 프로젝트의 명칭을 머지(merge)라고 명명했다. 이로써 이제 시가 총액 기준으로 봤을 때 10위권 내에서 작업증명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두 개만이 유일하다.

작업증명 방식은 완전히 개방된 시스템 환경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소위 채굴이라는 완전 개방 경쟁 방식을 통해 블록이 생성되며 거래 내역이 기록되는 반면, 지분 증명은 채굴과정이 없고, 코인을 보유한 수에 비례하여 소수의 선출된 다음 블록 생성을 독점하는 폐쇄형 시스템으로서 그 운영방식에 있어 탈중앙화인 블록체인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소수의 지배 집단이 자신들 임의로 이더리움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그동안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이고, 독립적이며 소수에 지배받지 않는다"라는 주장이 모두 허구임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이더리움 진영은 이를 ‘업그레이드’라고 포장하며 자화자찬했지만, 지분증명 방식은 그 작동방식이 거의 중앙서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블록체인이 맞는가라는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또한 지분증명은 기술적으로 진보한 측면이 전무하므로 업그레이드라는 말은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동안 비탈릭부테린이 이끄는 이더리움 재단은 수년에 걸쳐 지분증명 방식으로의 변화를 꾀했지만, 서로의 기득권에 대한 충돌로 인한 채굴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실패해 왔었고,이번에 경우 서로 합의에 이른 것이 불과하며 기술적 진보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한편,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간 작업증명 방식인 이더리움의 경우 증권의 성격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었으나,같은 날인 15일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지분증명 방식의 블록체인은 투자계약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SEC가 관리할 수 있다고 증언함으로써,이더리움이 지분증명으로 변경할 경우 증권법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면, 이더리움 진영이 머지가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한 15일 이더리움 가격은 오히려 폭락했으며 그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머지 직전 1600달러 근처이던 가격이 1주일 만에 130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 친 것을 보면 시장은 이더리움 머지가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라고 외치는 이더리움 진영의 주장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 다음날인 16일, 백악관은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프레임워크의 핵심 요지는 투자자 보호와 함께 규제공백의 해소를 위한 적절한 규정의 제정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미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강력히 규제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프레임워크는 지난 3월 9일 조 바이든이 서명한 행정 명령의 연장선상으로서 다음의 6가지 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그 내용은 소비자·기업보호, 금융안정성 강화, 책임 있는 혁신의 추진, 글로벌 금융 리더십 및 경쟁력 강화, 불법적 금융의 퇴치, 미 중앙은행 발권의 디지털 화폐(CDBC) 개발 등이다.

코인 시장은 기본적인 극심한 변동성과 함께 수많은 시세조종과 사기사건이 발생하였고, 최근에는 루나 사태 등의 대형사건이 발생하는 등 매우 위험한 거래 시장임이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 이에 그동안 디지털 자산 시장의 개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미국 감독당국은 그 태도를 바꾸어 이제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 거래 위원회 등 규제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발행되는 코인이 과연 ‘증권’의 성격을 가졌는지를 판단하여, 증권에 해당할 경우 증권법을 강력히 적용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물품으로 간주하고 규율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성문법에 기반하고 있지 않은 미국은 어떤 코인이 과연 증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대신 소위 하위(Howey) 테스트라 불리는 대법원 판례에 기초에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그 가장 핵심 판단 기준 중 하나는 ‘제 3자에 의한 수익 창출’이다. 실제로 리플(XRP) 코인을 발행한 리플랩스의 경우 SEC로부터 13억달러 이상의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몇 년째 재판 중에 있기도 하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프레임워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디지털 자산 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이 프레임워크의 발표에 발맞춰 미국 법무부 산하에 ‘디지털자산 코디네이터’ 라는 이름의 조직을 출범했는데, 연방 검사 최소 150여명 이상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 범죄 전담 조직이다. 이 조직은 디지털자산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지원을 위해 구성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개별적으로 발의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개별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핵심은 투자자보호이며, 그 방향성은 미국이나 유럽의 규율을 많이 따르게 될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간 실체도 없는 ‘블록체인 기술’을 들먹이며 가상자산 시장 보호를 외치던 주장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는 규율의 기본 기조로서 ‘기술중립’을 선택했다. 즉 기술이 좋다고 더 보호해주지도 않고 기술이 더 나쁘다고 홀대하지도 않으며, 금융관련 규제는 그 기반 기술에 상관없이 중립적인 태도로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미이다.

그간 규제공백 속에서 적지 않은 부정한 규제차익을 누려오던 이 시장이 하루빨리 규율되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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