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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한국은행 IT전략국 자문역 |
2020년 시작과 함께 발발하였던 코로나 사태는 2022년 여름을 넘기도록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강력한 공포를 일으켰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와 격리해야 할 대상’이었으나 이제 3년째를 맞다보니 경계감이 여전하면서도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공포와 경계 속에서 일상을 비대면으로 살아가도록 강요 받았으며 거의 모든 활동이 위축을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결핍의 세상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세상, 온라인 세상으로 달려가 그 부족함을 채우면서 두 개의 세상이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코로나 확산을 직접적으로 막거나 또는 코로나 위기에 따른 국민적 피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있다. 되돌아보면 2020년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활동을 폐쇄하면서 주식가격이 폭락했다. 지난해에는 억압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소비수요 지원책이 펜데믹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 국내 공급망이 훼손된 상황에서 오히려 물가상승을 자극하였다.
올해는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주식시장을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인플레이선 우려를 능가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펜데믹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은 나름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과도하게 증폭되거나 또는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위험이 발생하는 이른바 위기대응 위험(crisis response risk)을 여러 차례 불러왔다,
이러한 위기대응 위험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전과 달리 새롭게 변화한 상황에서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기관리 조직이 최우선인 행동 방침을 따르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상황을 덮어 버리는 경우이다. 이밖에 새롭게 변화된 상황에서 쓸모없게 될 기술, 시스템 및 방법론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변화를 감지 못하고, 그 변화가 초래할 결과를 예측도 못하고, 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위기대응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다.
위기대응 위험은 자연재난 또는 인재사고로 인한 위기에만 제한되지 않고 디지털전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융영역에서의 파괴적인 변화, 디지털 금융혁신에서도 발생한다. 디지털전환은 빠르고, 똑똑하고, 연결되면서 유용하게 때로는 파괴적으로 변화케 함으로 위험과 기회가 함께하는 위기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혁신은 금융을 구성하는 주체(투자자, 금융기관, 규제기관), 수단(예금·대출, 주식, 채권, 환율), 상품, 인프라 그리고 제도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경쟁/고객을 바라보는 사고 변화, 업무 프로세스 개선, 데이터 기반 혁신,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규제가 디지털 금융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은 규제기관의 눈치를 보면서 방관하거나, 가능한 금융혁신을 시도하더라도 규제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한다. ‘망분리 규제’는 대표적 사례로 데이터와 분석도구를 분리시키어, 알고리즘 개발과 검증을 어렵게 하면서 인공지능의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규제당국은 디지털 금융혁신이라는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어 위기대응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높은 수준의 이해와 정교한 관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규제기관이 금융혁신을 이끌어 가는 핀테크 기업을 ‘종합금융상품 백화점’ 수준으로 바라본다면 플랫폼 비즈니스를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핀테크 기업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규제혁신의 목표를 글로벌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플레이어 출현’에 둔다면, BTS가 획득한 전 세계적 명성이 기존 관행을 중시하는 집중화된 공연·음반회사와 거리를 둠으로써 얻어진 혁신의 결과라는 점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