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최근 ‘매파발언’은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당분간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조기 정책 완화는 없다"며 지속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6월 41년만에 최대폭인 9.1%를 기록한 후 7월에는 8.5%로 다소 둔화되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상승폭이 다소 낮아질 것이 아닌가 예상했었다. 그러나 파월의장의 발언은 이달 미 연준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 다시 0.75% 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파월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날 뉴욕증시에서도 3대 지수가 모두 3%대의 낙폭을 보이며 추락했다. 아시아증시와 외환시장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로 치솟았다. 주가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54.14포인트(2.18%) 하락한 2426.89로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9월에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고 12월 금년 마지막 공개시장조작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현재 2.5%(상단기준)인 연방기금금리는 연말에 3.75~4.0%까지 올라간다는 의미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가 2.5%인데 10월과 11월 두 번 남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말에 3.0%가 되고, 0.5%포인트씩 올리면 3.5%가 되어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보다 낮게 된다. 이에 따라 달러강세가 이어지면서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도 2000대 초반까지 하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국내 경제여건이 이처럼 사면초가인 가운데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우려로 한은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한계기업의 부실이 가파르게 심화될 우려가 크다. 산은 KDB미래전략연구소이 발표한 ‘한계기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상황이 이미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계기업은 4478개사로 2016년 2165개사 대비 5년 만에 무려 106%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8.3%로 6.7%포인트 급등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5년 이상 한계기업 신세를 면치 못한 사실상의 ‘좀비기업’도 총 1762개사(7.19%)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에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초래된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과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도 도입 등 무리한 소득주도성장정책에다 전세계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내리는 가운데서도 독단적인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옥상옥으로 각종 반기업악법과 규제는 끊임없이 도입되고, 강성노조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불법 집단행위를 일삼아 오고 있는 가운데서도 해고자 실업자의 사업장점거파업 허용 등 갈수록 강화되는 친노조정책 등으로 기업들의 경쟁력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부채도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년 1분기 말 기업신용이 2685조원으로 GDP의 130%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0.5%를 유지해 오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 넘게 급등하면 기업의 무더기 도산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자도 감당 못하는 기업의 부도가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정도로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잘못하면 좀비기업까지 살리려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우려도 있다. 선제적 사업 재편, 채무재조정 등 출구전략을 신속하게 적기에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신속한 적기 기업구조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부실 증가가 은행부실을 가져오고 심할 경우 공적자금투입 등 국민세금이 소요된다. 신속한 적기 기업구조조정으로 국민경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한 각오와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