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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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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통큰 치킨과 행로 다른 당당치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30 10:12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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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소비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마리 7000원의 당당치킨은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매장마다 품절이 일어나고 소비자들의 뜨거운 구애가 잇따르고 있다.

홈플러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당당하게’ 프랜차이즈 치킨을 저격했으나,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발은 예상과 다르게 금방 잠잠해졌다. 12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당시 통큰치킨은 1만 5000원 이상의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에 비하여 3분의 1 수준인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양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통큰치킨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이내 소상공인 여론과 정치인들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철수했다.

당당치킨과 통큰치킨의 진행 양상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당당치킨과 12년전 통큰치킨이 처한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첫째, 12년 전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점이다. 통큰치킨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평균 가격은 1만 5000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배달비를 포함하면 거의 3만 원에 육박하여 집에서 시켜 먹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소매업 수레바퀴 이론’에 따르면 당당치킨의 급부상이 쉽게 설명된다.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들은 시장진입 초기에는 저가격, 저마진의 점포운영으로 기존의 경쟁자들을 대체했다. 그러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이후 무수한 치킨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경쟁우위의 확보를 위해 운영비가 높아지고 고급스러운 메뉴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고가격, 고비용, 고서비스의 치킨 브랜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저가격, 저마진, 저서비스의 당당치킨이 고가격, 고마진, 고서비스의 치킨 브랜드를 대체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가격이 20% 싸다면 사람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물건 사는 곳을 바꾼다. 초창기의 백화점은 당시 지역상점의 평균 마진보다 20%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엄청난 수의 손님들을 방문하게 할 수 있었다. 하물며 3분의 1 가격이라면 시장을 흔들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특히 식품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활황기에는 앞으로의 현금흐름을 기대하고 부담이 조금 되더라도 고급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있으나, 불황기에서는 본인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가 불확실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이제껏 사오던 제품의 취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다소 저렴하면서도 이전에 쓰던 물건과 비슷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대체로 가격과 품질 사이에는 어느 정도 정적인 관계가 있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압박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품질이 만족할 수 있는 선까지 낮은 가격을 선호하여 품질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적절한 선까지 내려 오게 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낮은 가격에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하는 당당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정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MZ세대가 주요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의 목소리가 잠잠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MZ세대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복합쇼핑몰을 뜨거운 이슈로 만든 것만 보아도 이들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대결구도라는 진부한 정치 아젠다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애타는 호소에 대한 정치인들의 반응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결론적으로, 통큰치킨은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았기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맞았고, MZ세대라는 든든한 지지층을 얻은 당당치킨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개인의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소비재에 대해 더욱 가치소비를 하도록 할 것이다. 치킨 소비의 주고객인 이들 MZ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치킨 브랜드뿐만 아닌 모든 영역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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