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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지속가능과학회장 |
고지도를 보면 서해 바닷물이 용산 앞까지 들어온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용산은 ‘용의 산’을 뜻하여, 옛 사람들은 용산지역의 산을 최고의 동물로 상징되는 ‘용’으로 보았다. 용산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모악 정상에 도달하게 되고 이어 인왕산과 연결된다.
용산 지역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길지이다. 용산 지역은 신 서울청사 부지로 논의된 적이 있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이 이전했다. 용산정비창은 배산임수의 명소로서 그 잠재력이 서울에서 독보적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용산정비창을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용산정비창은 경부선이 개통된 19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되었으며, 아치 형태의 정비 창고들을 철거하고 현재 대규모 나대지인 49만3000㎡의 터가 남아 있다. 용산역은 KTX, GTX B노선과 D노선이 만나는 전국토 및 수도권 미래 교통의 중추로서의 가능성이 크며, 미래 유라시아 협력시대 그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용산정비창의 개발 성공여부는 지역 주민들과 서울시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토지 소유주와 관련 행정청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높기 때문에 국가적 프로젝트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6년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부터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세계적 금융 위기 등 내적·외적 요인으로 이 사업은 2013년에 무산되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삼성동 한전부지와 잠실운동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면서, 용산정비창 개발사업은 정지되었다. 10년간 방치되어 온 이 터를 개발한다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2022년 현시점에서 서울시의 발표 내용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해보자.
첫째, 공공성에 관한 문제이다. 공공주도 개발 사업인데, 서울시의 발표를 보면 오히려 공공성에 대하여 염려가 된다. 부지 중앙부에 국제업무기능을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문화복합기능을 경부선 철로 남동측의 작은 부지에 떨어져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중앙부에 외국 기업들의 본사가 들어설 수도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한류 테마 공간 등과 같은 공적인 기능이 더 낫지 않을까.
민간에 의하여 2003년에 건설된 일본 도쿄 록본기힐스를 보자. 부지 중앙부에 전통 일본식 정원을 아름답게 조성하고, 전시관, 영화관, 호텔, 아파트, 사무실 등의 컴팩트시티를 창조했다. 21세기 신도시의 전례로 평가받으면서 세계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용산정비창을 대기업 사옥의 집단 집적지로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컴팩트시티의 고층화는 공원이나 공공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개발 구상을 컴팩트시티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서울시가 미리 전체 부지를 구획하고 국제공모전은 구획된 부지별 추진한다고 한다. 부지 구획부터가 중요하다.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국제공모전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 세계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의 상상력을 모아 전체 부지의 개발 컨셉과 비전, 도입 기능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과연 공공에서 100층이상을 발표해야 하나. 서울시가 제시한 조감도에는 100층이상 건물과 마천루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할 더 나은 미래 도시인지 묻고 싶다. 현대차 그룹의 삼성동 신사옥인 글로벌비지니스센터는 원래 105층 1개 동으로 계획했으나, 경제성 등을 이유로 50∼70층의 2-3개 동으로 변경하여 추진하고 있다. 민간 기업도 이러한데 초고층 마천루가 과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디자인인지 의문이다.
셋째, 한강과의 접합 여부가 매력도를 결정한다. 현재 한강과 정비창 사이에는 있는 아파트단지와 주택 구역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 사업들이 추진 중에 있다. 이들 사업들이 완료되면 거대한 장벽이 될 것이다. 이들 사업을 중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난제이다. 남북 관계로 폐쇄된 한강 수로가 개방될 때, 이 한강변에 상하이, 도쿄로 가는 항구인 ‘용산항’을 건립할 수 있다.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