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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
한국과 중국이 24일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그간 한중 경제관계는 무역과 투자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큰 시련이 있었지만, 한중 경제관계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수교 이후 한중 무역은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1년 12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무역 및 투자장벽이 완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도 크게 늘어 2005년에는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39.5%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중국 기업의 한국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는 2018년 무려 55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또한,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공연·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한국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대폭 증가하였다. 화장품이나 과자류·식품류·의류 등 소비재는 한류 덕분에 크게 성장한 분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기업은 중국 매출이 오히려 한국 매출을 크게 상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금년 상반기 대중국 무역흑자는 불과 42억 달러에 그쳤다. 최근 3개월(5~7월) 연속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비상이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은 금년 상반기에도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81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였다.
문제는 한국의 대중국 수입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인데, 금년 상반기 대중국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77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 같은 특징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비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 비중은 2018년 각각 27%와 20%에서 2021년에는 25%와 23%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데, 수입은 대폭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은 중간재 비중이 70%를 넘어서는데, 중국이 소재·부품 등 자체적인 공급망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수입할 필요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이 디스플레이, 특히 LCD 자체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은 LCD 생산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차 부품 역시 2020년을 기점으로 대중국 무역적자로 전환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실적 부진을 들 수 있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점유했던 삼성전자는 이제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4위까지 올랐던 현대자동차는 이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승승장구하였다. 중국 로컬 기업들이 품질이 조악한 상황에서 한국계 기업의 가성비 전략은 매우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로컬 기업이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면서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기업은 한국계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독일계, 일본계 자동차 기업들은 흔들림없이 건재하다.
한편,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면서 소비재의 대중국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한류 붐을 타고 크게 성장했던 아모레 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폭 감소했다. 종전에 중국에서 한글을 표기한 제품이 경쟁력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야 할 것인가.
우선 정치적 갈등 때문에 대중국 교역이나 투자를 줄이는 것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 못지않게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일본이나 대만은 여전히 대중국 투자와 교역을 늘리면서 실리를 챙기고 있다. 중국은 구매력 기준 최대 소비시장이 된지 10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최대 무역대국이자 조만간 1위의 수입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시장을 버리고 다른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나 한류 관련 기업들이 중국에서 잃은 것을 구미 시장에서 회복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대체 시장을 찾지 못한 채 중국 시장만을 잃어버린 기업들도 상당하다. 특히 세계 반도체의 60%를 소비하는 중국을 버릴 경우, 한국의 수출은 급감하고 무역적자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다음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든 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2030년 전후 미국을 넘어설 정도로 커질 전망이며, 2021년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30%를 점하여 미국의 2배에 이른 상황에서 중국이 필요로 할 차별화된 부품이나 소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써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 회복을 통해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경제교류의 촉매작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경우, 한국의 유관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다. 특히 금년이 한중 수교 30년임을 감안하여 경색된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