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7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송재석

mediasong@ekn.kr

송재석기자 기사모음




[데스크 칼럼] 산은 이전, 정치논리 아닌 실리적 접근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13 08:48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ggag

윤석열 정부는 취임이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다. 윤 대통령이 각종 우려와 반대에도 집무실 이전을 강행한 것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다가 이를 철회한 점을 일견 염두에 뒀을 것이다. 국민들과 적극 소통하며,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취임 초기 포부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또한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약속 중 하나다. 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부터 추진해오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정부는 2005년 지방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했으며, 2019년 마무리됐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계기로 부산, 대구, 울산, 경남, 제주, 광주·전남, 강원, 충북, 전북, 경북 등 10곳에 혁신도시가 조성됐다. 10개 혁신도시에 자리잡은 공공기관은 150곳이 넘고, 이를 이전하는데만 10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됐다.

역대 정부가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균형발전 정책을 펼친 것은 그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국내 총인구의 50.2%가 거주하고 있다. 비수도권, 농산어촌, 중소도시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인구 감소 등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한국도시정책보고서’를 통해 한국 도시의 문제점으로 고령화, 다문화 정책 미비와 함께 지방 중소도시 쇠퇴를 꼽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역대 정부가 추진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들은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세종과 같은 혁신도시들이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하기보다는 오히려 충남권 주요 도시의 인구와 자원을 흡수하면서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 대표적이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 후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핵심 인력이 대거 유출된 것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다른 공공기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정책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방법론’은 과거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다. 선거철만 되면 표심을 잡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대규모 예산과 함께 그럴듯한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기 일쑤였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부산을 금융 혁신도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은 들고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정작 이미 지방에 자리를 잡은 공공기관들이 정말 그 도시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됐는지를 살폈는지는 의문이다.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기에 앞서 역대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왜 효과를 보지 못했는지, 지방 이전 이후 공공기관의 경쟁력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어떠한 득실이 있는지 등도 당연히 따져봐야 한다. 역대 수많은 공공기관이 그러했던 것처럼, 산업은행 역시 단순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의 희생양에 불과한 건 아닌지, 좀처럼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 못지 않게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국가균형발전, 공공기관의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가능한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부산 이전 반대를 단순히 이기적인 집단행동으로 평가절하하면 곤란하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취임 초기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목표에만 갇혀 산업은행이라는 기관의 본질적인 기능과 금융경쟁력 약화를 도외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지금 산은의 미래 경쟁력을 걸고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산은의 역할과 미래 경쟁력을 위해 무엇을 걸고 있는가. 부산 시민들의 여론을 방패막이 삼고, 정작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실패 사례들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mediasong@ekn.kr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