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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전경. 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유럽연합(EU)이 원자력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규정안을 발표했음에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불리해진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7일 "아직 초안이지만 최종안에도 EU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만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지 않는 건 바보가 되는 꼴이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EU와 달리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EU보다 에너지 활용 측면이나 수출에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EU에서는 원전을 가스발전보다 유리하게 포함시켰다. 가스발전은 2030년까지고 원전은 2050년까지다"며 "심지어 가스발전의 경우 석탄을 대체하는 조건으로 포함했지만 원전의 경우 그냥 자체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EU도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해나가는데 그보다 환경이 더 나쁜 우리나라가 이를 쫓아가지 않는 건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원전을 수출하려면 국내 프로젝트도 키워야 하고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며 "택소노미는 자금 지원 가인드라인이기 때문에 이 규정안에 포함되지 않는 다면 산업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수출하려면 수출 보증이 필요한데 택소노미에 포함되지 않은 산업의 결과물을 수출할 수 있을지 정확성도 떨어지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EU가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음에도 K-택소노미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만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택소노미란 환경친화적인 경제활동에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방안"이라며 "EU에서는 ‘과학에 기초한 투명한 도구로 그린워싱 없는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U가 그런 기준에 원전을 포함했다는 건 녹색활동으로 규정을 했다는 것이고 원전을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뜻인데 우리나라도 당연히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프랑스는 원전 수출국이니 찬성했을 것이고 다른 나라도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계획이 있기 때문에 포함하자는 의견을 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국가들이 왜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자고 주장하는 지 그 배경을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며 "우리도 원전을 수출하려면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친환경 경제활동을 구분하고 녹색채권·녹색기금 등 각종 금융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2일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인정했다.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반대했다.
이후 EU 회원국 27개 가운데 20개국이 규정안에 반대하거나 유럽의회 의원정수 총 706명에서 과반 이상이 반대하면 규정안은 부결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30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하고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 내용의 K-택소노미 최종안을 발표했다.
아직 EU가 공개한 택소노미 규정안은 초안 단계이지만 업계에서는 최종안에도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 규정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지만 당장 원전 포함 여부를 두고 결정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EU택소노미는 아직 초안 단계이며 최종안까지 4∼6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보고있다"며 "아직은 국제 동향을 살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K-택소노미 사업에 대한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단계이고 또 사회적 협의를 이뤄서 가이드라인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원전 포함 여부에 대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