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손희연

son90@ekn.kr

손희연기자 기사모음




‘반값 복비’ 시행 첫날…중개업자 "집값 상승책임,왜 떠넘기나" vs 소비자 "중개료 부담 덜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9 15:25

19일부터 새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반값 복비' 시행

6억원 이상 매매, 3억원 이상 임대차 최고요율 인하

"중개보수 부담 줄어" 반색 vs "생계 위험하다" 울상

공인중개사협회, 법적 다툼 예고… 전문가 "효과 미비"

2021101901000695200030001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정책 규탄 안내문.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정부가 ‘반값 복비’ 개편안을 시장에 적용하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과 소비자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생계에 위험을 느낀다며 정부가 집값 상승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중개보수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반색하며 요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시장 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계약 과정에서는 소비자와 공인중개사가 서로 협의해 최고요율 내에서 중개보수를 결정하는데, 서로 간 협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반값 복비가 시장에 효과가 있을지 물음표를 던졌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부동산 중개보수(중개수수료) 개편안을 적용한다. 개편안은 매매와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에게 제공하는 중개보수의 상한 요율을 세분화·인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 ‘반값 복비’ 9억원 주택 매매시 810만원→450만원으로


개편안을 보면 6억원 이상 매매와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요율(이하 요율)을 인하한다.

매매는 9억원 이상, 임대는 6억원 이상 구간 최고요율을 세분화했다. 매매의 경우 6억~9억원 구간 요율은 기존 0.5%에서 0.4%로 0.1%포인트 낮아진다.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의 요율이 적용된다. 임대의 경우 3억~6억원은 수수료율이 0.4%에서 0.3%로 인하됐고 6억~12억원은 0.4%, 12억~15억원은 0.5%, 15억원 이상은 0.6%의 요율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9억원 주택 매매 시 중개 수수료 상한은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6억원 전세 거래 수수료는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요율은 공인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요율이다. 실제 계약 과정에서는 소비자와 중개사가 서로 협의해 구체적인 요율을 결정하면 된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중개보수 요율을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무소에 게시하고 중개 의뢰인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중개보수 협상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공인중개사가 소비자에게 최고 요율만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소비자들 ‘반색’ vs 공인중개사 ‘울상’… 요율 내에서 중개보수 협의 갈등 우려


이에 시장 소비자들은 중개보수 부담이 줄었다며 반색을 표한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중개보수가 그동안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부담이 줄었다", "요율이 낮아져서 다행이지만, 중개보수 깎기가 너무 힘들어 더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한 관계자는 "요즘 주택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중개보수까지 낮추니 생계가 위험하다"며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서 집값이 올라 중개보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인데, 책임을 왜 우리에게 전가하는지 의문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서 문제는 향후 소비자와 공인중개사들이 최고요율 내에서 중개보수를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벌써부터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복비를 더 깎았으면 좋겠는데, 공인중개사는 복비를 더 받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율 내에서 중개보수를 서로 협의해야 하는데, 협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의 개편안을 무력화하는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협회는 법원을 통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하고 이후 헌법소원 등 법적 다툼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협회는 중앙투쟁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의 반값 복비 시행에 맞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두고 시장 효과가 미비하고,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공인중개사들은 지역별로 구성된 지회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요율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가주택은 중개보수를 최고요율까지 맞춰 받는 경우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장에서는 고가주택일수록 최고요율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왜냐하면 중개수수료율은 고정 요율이 아닌 상한 요율이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된 요율을 상한으로 적용한다면, 일반적인 동네에서는 실질적인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개선안을 보완하며 정착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수렴을 통한 원활한 조정이 중요하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갖고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son90@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