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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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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기료 틀어쥐고 전력산업 발전 바라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30 10:39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일 시작되는 4분기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3원 인상되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전기료를 올린 것이다. 여러 언론이 미리부터 전기요금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앞으로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이며, 한전 주가가 오른다고 했다. 또한 이런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정부로서는 묘수를 둔 셈이다. 금년 전체로 보았을 때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인하되었고 4분기는 인상되어 인하 효과가 더 컸는데 언론에서는 8년만에 전기요금 인상으로 받아줘서 요금인상의 명분을 쌓았다. 조삼모사(朝三暮四)에 속아 넘어간 원숭이들을 보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표정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전기요금은 더 큰 폭으로 인상해야 했다. LNG 톤당 수입가격은 지난해 8월 317.5달러에서 1년만에 534.5달러로 70% 가까이 급등했고 두바이유도 올초 60달러대 초반에서 6월 이후 7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석탄가격도 지난해 9월 톤당 53.7달러에서 올 9월에는 183.6달러로 3배 이상 급등했다. 제대로 하자면 kWh당 13.8원 올려야 하지만 상한 규정으로 3원만 올린 것이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는 4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6월말 기준으로 한전의 부채는 63조원에 이른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중장기 재무전망에 따르면 2025년 부채규모는 164조5천억원에 가깝다. 7개 회사의 부채비율은 187.5%에서 237.4%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 모두 공기업의 부채이며 결국 국민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개별 소비자가 내야 할 돈을 납세자가 내는 셈이다. 전기요금을 규제한다고 해서 들어가야 할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기 많이 쓴 사람이 안 내고 다른 국민이 분담해서 같이 내주는 셈이다.

전기요금 규제는 또 다른 규제와 이에 따른 왜곡을 줄줄이 유발한다. 재무상태가 빡빡해지므로 한전의 구입전력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전력시장에서 온갖 규제가 동원된다. 대표적으로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SMP를 깎아서 지급하는 등 발전자회사의 총수익을 규제하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전력시장은 원전 및 석탄발전기 같은 기저발전기와 가스 또는 중유를 사용하는 첨두발전기에 대해 이중적 전력시장 가격을 적용하였다. 연료비가 싼 석탄발전기 수익성이 가스발전기보다 컸으므로 발전자회사는 석탄발전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급기야 에너지 전환시대에 애물단지가 된 석탄발전기를 가스발전기로 바꾸겠다며 정부는 부랴부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전기요금 규제 → 전력시장 규제 → 발전원 구성(fuel mix)의 왜곡으로 자원배분의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가격을 규제하면 자원배분이 왜곡된다는 경제학의 고전적 명제가 한 치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전기요금 규제는 용도별 연료가격에 대한 정부규제와 맞물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발전용과 산업용 천연가스 요금을 높게 유지해 왔다. 이른바 용도별 교차보조를 시행해 온 것이다. 그 결과 도시가스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민간 LNG 직도입사업자는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을 가스공사보다 값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되어 발전공기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발전사업자들은 하나둘씩 직도입된 LNG를 사용하게 되었고 발전용 소비처를 잃어가던 가스공사는 급기야 개별요금제를 발표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에너지 전환시대에 국민과 소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누적된 정부규제로 우리 전기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싼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부가 마냥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요금이 비싸야 재생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전기요금을 낮게 규제하면서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거짓말이다.

정부는 전기요금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정부로부터 독립된 규제기관이 전기요금을 관리해야 한다. 견제와 균형 기능이 사라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전기요금 규제를 대통령 권한 밖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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