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上上하는 금융플랫폼] 배달, 알뜰폰...금융사,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업' 틀을 깨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02 08:01

국민은행 알뜰폰 이어 우리은행 택배서비스 출시

카뱅은 고객 중심...은행은 '銀 중심' 한계



"고객 일상 주도권 잡기...모두가 경쟁자"

일각선 "사업 초기단계...완성도 평가 시기상조"

2021090101000066200001881

[편집자 주] "카카오뱅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작한 Full-Banking 서비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상품 혁신을 통해 한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고객에게 서비스를 넓히는 네트워크 구조를 갖추면서 대한민국 100년의 금융역사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최근 시중은행들도 카카오뱅크의 등장을 계기로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플랫폼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상(上)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세상에 없는 플랫폼 모델을 상상(想像)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배달, 알뜰폰...금융사,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업’ 틀을 깨라
2)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
3) 금융지주 이사회, ‘00을’ 용인하라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최근 금융사들이 알뜰폰, 택배, 배달 서비스 등 이종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플랫폼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객 관점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금융사들의 이종산업 진출이 여전히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 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이 ‘금융’의 틀을 깨고 플랫폼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이 해당 서비스를 ‘주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종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각 사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택배, 배달, 알뜰폰'...진화하는 금융 플랫폼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2019년 12월 출시한 금융 및 통신 융합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은 국내 금융사가 이종산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많은 시중은행이 금융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서비스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택배 플랫폼서비스 전문업체 ‘파슬미디어’와 함께 ‘우리WON뱅킹 My택배’ 서비스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는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도 기사 방문택배와 편의점 택배 예약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어 신한은행은 오는 12월 음식주문 배달앱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금융사들이 최근 다른 업종과 합종연횡에 나선 것도 이같은 비금융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중순 생활금융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롯데쇼핑과 디지털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하나은행은 금융, 유통을 결합해 빅데이터 기반의 생활금융 서비스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일상' 주도권 잡기...이종업종, 스타트업 등 모두가 파트너이자 경쟁자 

 


다만 아직까지 금융사들이 구축한 ‘비금융 사업’은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업에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모두 선점하고,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민한 것과 달리 은행들이 내놓은 서비스들은 아직도 고객 중심이 아닌 ‘은행 중심’에 그쳐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기존 자사 고객뿐만 아니라 다수의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지만, 자사 고객들조차 이를 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보니 파급력도 미미한 편이다. 특히 시중은행 앱의 경우 네이버, 유튜브 등과 달리 송금, 이체 등 사용자의 목적성이 뚜렷한 만큼 새로운 서비스를 알리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aa334.jpg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새로운 서비스를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해 새로운 고객들을 유입시키는데도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을 통해 자사 고객을 넘어 기존의 생활 금융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용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당장 플랫폼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트래픽 증대, 유저 유입 확대 등을 통해 고객 경험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비스만으로는 은행들이 목표로 하는 ‘슈퍼앱’을 만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변화는 물론 금융인이 바라보는 ‘생활금융 플랫폼’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플랫폼 경쟁은 고객들 일상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으로, 시중은행, 빅테크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경쟁자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은행 관점이 아닌, 외부에서 봤을 때도 그간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서비스라는 호평을 듣기 위해서는 이종산업과의 제휴를 통해 각사가 보유한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끌어올리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플랫폼 진출 초기 단계..."규제부터 완화해야" 목소리도 

 


한편에서는 현재 금융사들이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시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규제로 인해 금융사들이 상상한 사업들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사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 진출의 목적은 금융사들이 배달, 택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 금융과 비금융업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빅테크 업체들도 현재와 같은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던 것처럼 금융사들도 여러 모델을 실험하고, 구상하고, 시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포털 업체들이) 금융업까지 진출한 것과 달리 금융사들이 다른 업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빅테크와 시중은행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