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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車업계 ‘전기차 전환’ 속도···현대차그룹은 노조에 ‘발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11 16:21

공정 단순하고 부품 수 적어···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필수’



日 혼다, 2000여명 퇴직···美 포드도 1000명 감원 준비 착수



기아 노조 파업 초읽기···현대차도 노조 눈치 보며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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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을 위한 몸 만들기에 한창인 가운데 현대차그룹만 홀로 군살 빼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공정이 단순하고 부품 수가 적어 인력 감축이 절실하지만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강성 노조’와 기싸움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다. 혼다, 포드 등 경쟁사들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며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車 업계 ‘군살빼기’ 본격화···"전기차 시대 대비"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완성차 기업 혼다는 최근 전체 임직원(약 4만명)의 5%에 달하는 2000여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위주로 생산 공정을 변화하긴 위한 선제 조치다. 이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10여년만이다. 특히 혼다는 내년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희망퇴직을 장려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미국 포드 역시 10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고 CNBC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포드는 2019년께부터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을 줄여왔다. 비슷한 시기 폭스바겐, 닛산 등도 전기차 공정 변화를 이유로 수천명 단위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작년에는 다임러(2만여명), BMW(1만 6000여명) 제너럴모터스(GM, 1만 4000여명)가 과감한 인원 감축 결단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이동 수단의 주류로 떠오르게 된다면 제조사들이 근무 인력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품 수 자체가 절반수준으로 줄어드는데다 손이 많이 가는 엔진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순수전기차만 만드는 공장은 현재의 내연기관차 생산시설 대비 사람이 3분의 1 정도만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굴지의 완성차 기업들이 다이어트에 속도를 내는 것은 각국 정부의 ‘전기차 시계’가 매우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9년 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절반이 무공해차여야 한다는 목표를 최근 내놨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 가량을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에서도 10~15년 내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아예 금지하는 법안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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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 현대차그룹만 구조조정 적기 놓쳐···기아 노조 "정년 연장해달라" 파업 준비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일찍 뛰어든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기초 체력이 더 떨어진 상태다. 기술개발에 매진해 ‘E-GMP‘ 등 수준급 전용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선보였지만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설 준비가 전혀 안됐다는 뜻이다.

노조의 입김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전체 임직원 수가 2019년 7만 421명에서 작년 4만 202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 임직원도 5만 2448명에서 5만 1899명으로 변화가 없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오히려 ‘정년 연장’을 사측에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기아 노조는 전날 열린 파업 찬반투표에서 유효표를 던진 2만 4000여명 중 73.9%에 해당하는 2만 1000여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달 20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중노위는 같은달 3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기아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기아 노조는 정년을 최대 만 65세까지 연장해달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 역시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사측과 임단협 협상에서 날선 기싸움을 벌였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짓긴 했지만 정년연장 요구를 성과급으로 잠시 달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업계 잘못된 노사문화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불러온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노사 모두 뜻을 모아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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