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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끓어오르는 빌라시장… 재개발 호재 안고 매물품귀-가격 고공행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14 16:14

재개발·GTX 호재 중심으로 빌라 매매가격 2배 이상 올라



역세권 빌라 매물은 ‘품귀현상’



"저렴하다고 섣부른 투자는 낭패… 신중한 투자 추천"



역세권 등 주거여건 감안해 신축 빌라 위주로 투자해야

빌라

▲서울 은평구 증산동의 한 구축 빌라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과거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됐던 빌라(다세대·연립) 매매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이 재개발·재건축 호재를 등에 업고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고 빌라 품귀현상까지 나타나는 추세다.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는 거래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4일 기자는 서울에서 집값이 저렴한 편에 속하는 은평구를 찾았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은평구 빌라 매매 가격이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2·4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그나마 저렴한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 내 대표적인 재개발구역인 갈현1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인 단계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갈현1구역 내 일부 빌라는 7~8억원에도 거래되고 있다.

갈현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재개발구역 내 빌라는 2억원짜리가 재개발 프리미엄이 5억원 이상 붙어서 7~8억원까지 올랐다"면서 "누가 구축 빌라를 7~8억원 주고 사겠냐 싶지만 다 거래가 성사돼서 매물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4522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3010건) 대비 1.5배 이상 많았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하는 거래량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지난달 뿐만이 아닌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내내 발생했다.

특히 지난 4월 거래 역전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4월 빌라 거래량은 5709건, 아파트 거래량은 3656건으로 빌라 거래량이 2053건 더 많았다.

갈현동 소재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매매하려면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조금 저렴한 빌라라도 사두자는 분위기"라며 "빌라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같이 비례해서 오르기 때문에 괜찮은 빌라를 고른다면 투자할 만하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은평구 재개발 구역인 증산동의 증산4구역은 공공주도 3080 프로젝트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공공주도 3080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호 수도권 및 5대 광역시 포함 80만호 이상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후보지 선정 후 한 달여 만에 지구지정 주민동의 요건을 충족해 빠르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증산동 인근 C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개발 호재 이후 요즘은 아파트보다 빌라가 더 잘 팔린다"며 "은평구는 구축 빌라가 많고 동네가 낙후돼 있어서 서울 내 집값이 가장 저렴했지만 낙후됐다는 점이 오히려 재개발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집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은평구가 언젠가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현2동 빌라 시세는 평균 2억 2000만~2억 5000만원 정도다.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년 전 이 지역 빌라 시세는 평균 1억원 초반이었다"고 전했다.

지하철 3·6호선이 지나가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확정된 연신내역 인근은 이미 3억원 미만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트리플 역세권 호재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은평구 주민 D씨는 "지난해 이사 왔는데 요즘이었으면 집을 못 구했을 것"이라며 "아직 GTX가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역세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벌써 턱 끝까지 찼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미 가격이 최대치를 찍었기 때문에 지금 은평구에 투자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수색동 언덕배기의 구축 빌라를 장기 투자 목적으로 매매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워낙 역세권 매물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매물이 없다"며 "언덕이 많은 수색동 일원은 현재 실거주하기에는 여건이 열악하지만 5000만원 정도의 여유 자금을 묵혀둔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빌라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섣불리 투자했다가 재개발이 무산되면 낭패"라며 "재개발 바람만 부는 지역은 더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매매하면 나중에 팔지도 못하고 자금이 묶일 수 있다"며 "저렴한 매물보다는 역세권 등 주거 여건이 좋은 동네에 있는 4층 이상 신축 빌라 위주로 신중하게 알아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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