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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가 이차전지 소재·원자재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삼성, SK, LG 등 ‘K-배터리’를 대표하는 기업 외에 포스코, 롯데 등도 경쟁에 가담하며 분리막, 양극재, 동박 같은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끼리 합종연횡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며 배터리 관련 증설 투자가 계속되자 이에 따른 수혜를 기대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일찍부터 이차전지 사업에서 역량을 키워온 ‘K-배터리’ 기업들은 소재 분야에서도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은 주요 소재 기업과 힘을 모으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 양극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합작공장은 내년부터 연간 3만 1000t 규모로 양극재를 생산해 삼성SDI에 단독 공급한다. 2024년까지 생산량을 18만t으로 늘리고 이후 증설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한솔케미칼과 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양사는 내년부터 실리콘 음극 활물질을 양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해진다. 이밖에 양극재 제조 자회사인 에스티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소재 전문 기업 BTR 등과 공동 투자해 양극재 생산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지에 건설되는 양극재 공장의 생산 능력은 연산 5만t 규모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소재 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최근 1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분리막 생산 능력을 올해 말 13억 6000㎡, 2024년 27억 3000㎡ 등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최근 동박 제조사인 중국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에 40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초에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솔루스첨단소재 유럽법인에 575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현재의 7배인 26만t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청주 공장에 3만t 규모의 신규 증설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연산 6만t 규모의 구미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K-배터리’ 기업들이 달리자 재계 주요 업체들도 함께 뛰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6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서 수산화리튬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2023년 준공을 목표로 19만 6000㎡ 부지에 7600억원을 투자한다. 포스코는 호주 필바라사 등으로부터 광석을 받아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며 소재·원자재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대부분 리튬을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공장은 전기차 약 100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연 4만 3000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롯데그룹도 최근 2100억원 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롯데케미칼이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디메틸 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SKC 자회사 SK넥실리스는 동박을 유럽에서 생산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은 1340억원 규모의 증설 계획을 지난 26일 밝혔다. SK넥실리스, 포스코케미칼, 솔루스첨단소재, 엘앤에프 등 주요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도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놨거나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이차전지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소재 생산 능력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공급을 안정적으로 받는다는 점도 있지만 배터리 가격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