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정희순

hsjung@ekn.kr

정희순기자 기사모음




[메타버스 열풍②]"가상공간서 냉장고 열고 세탁기도 돌리며 체험하는 시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01 18:01

[인터뷰] 베스트셀러 ‘메타버스’ 저자 김상균 강원대 교수

김상균교수

▲김상균 강원대 교수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단순히 TV 안에 15초짜리 광고를 틀어주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중요한 건 ‘경험’입니다. 이용자 스스로 기업의 제품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시대가 왔고, 그것을 용이하게 하는 공간이 메타버스로 구현된 디지털세상인 셈이죠."

책 ‘메타버스’의 저자인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많은 제조업 기반 기업 임원들을 만나면 ‘메타버스’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도, 이를 당장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당장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 ㅇㅇ전자의 월드 맵이 구현되고 그 안에 회사의 모든 가전제품이 들어간다고 상상해보라"라며 "이용자들은 가상공간 안에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세탁기도 돌려보며 회사 제품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15초짜리 단순 광고에 움직이기보다 가상공간에서 직접 제품을 탐험한 2시간을 더 많이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김 교수의 저서 ‘메타버스’는 현재 서점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책 중 하나다. 최근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는 사내 임원들을 대상으로 김 교수의 강연을 진행했는데, 온라인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었다. ‘메타버스’의 세상에 어떻게 올라타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 ‘메타버스’에 대한 주목도가 급증가하게 된 원인은.

▲ 해외 사례를 보면 엔비디아나 페이스북 등 특정 기업이 이 용어를 언급하면서 주목도가 커진 측면이 있다. 특히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간의 욕구 중 3대 욕구가 억압되면서 디지털로 향하던 인류의 이주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 ‘메타버스’가 게임업계에서는 그다지 생소한 개념은 아니지 않나.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게임 안에서 서로 소통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꾸려나갔다.

▲ 맞다. 원래부터 게임들이 해왔던 것인데 큰 관심을 못 받다가 이제 와서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드니 다 같이 들끓는 걸 보면 ‘냄비’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리니지’류(MMORPG)의 게임이 메타버스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메타버스 인류는 자신들이 생각한 세계관, 생명체, 자원, 환경 조건 등을 설정해서 운영한다. 그 속에서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 캐릭터와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져 지내는 것이다. 리니지 같은 게임에 경제 시스템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종의 공산주의 시스템에 가깝다.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룰을 정하고, 이용자는 이를 사서 써야만 하는 구조다.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적인 세계관을 가지고는 있지만 경제에 대한 흐름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 반면 ‘로블록스’ 같은 경우는 그런 경제 흐름을 담아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데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싶어한다. 구체적인 팁이 있나.

▲ 일단 정량화가 잘 돼야 한다. 게임에서는 이용자의 아바타에 브론즈, 골드, 다이아몬드 등의 계급이 주어진다. 또 아바타의 체력이나 공격력, 방어력 등을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성장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실제 사람들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고객에게 게임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량화가 필요하다.

-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마케팅 외 기업경영에 적용할 수는 없나.

▲ 기업 경영하는 분들의 고민은 플랫폼을 구축해놨는데 왜 직원들이 여기 몰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은 퇴근 후에 회사의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고, 학생들도 수업만 듣고 나면 학교 서버에 접속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국내 모 대기업 중 한 곳은 회사 인사평가에 플랫폼 이용률 점수를 반영했다. 성과에 대한 측정을 넘어 사내 플랫폼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나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보상을 제공한 것이다. 그 회사 직원들은 화장실에 가서도 게시물에 답변을 단다. 결국 ‘24시간 성장의 연속’이라는 것이 이 회사 인사관리의 세계관이 된 것이다.

- 메타버스는 어디까지 진화할 것이라고 보나.

▲ 2018년 7월에 발표한 ‘기억거래소’(알렙)라는 소설이 있다. 현재 활발히 연구되는 기술로 미래에 메타버스가 얼마만큼 진화할지를 쓴 SF 작품이다. 여기서 다루는 소재는 사람의 기억 복제와 기업주입과 같은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VR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뇌를 ‘헤븐서버’에 연결해 실제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돼 가상세계에 들어가서 사는 이야기를 다뤘다. 모 지상파 방송국과 드라마 계약을 맺고 편성을 준비 중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