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6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 금융당국이 1주택자 전세자금대출까지 규제 대상으로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기 돈 없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막아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서민들의 자산 형성을 제한하고 주택 공급을 축소시키며 월세 전환을 가속화해 주거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됐던 '1주택 이상 보유자 전세대출 금지' 카드가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다. 고가 주택을 매입하면서 전세를 줘서 자금의 대부분을 해결하고 자신은 외곽 전세에 거주하는 갭투자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갭투자는 부동산 재테크 차원에서 많은 이들이 활용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거래 중 임대보증금을 승계한 사례는 40.7%에 달했다. 특히 용산구(55.5%)·서초구(54.1%)·마포구(48.0%)·강남구(46.4%) 등 주요 상승 지역은 절반 가까이 갭투자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갭투자가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는 정부는 실입주 요건을 엄격히 하거나 고가 전세에 대해 대출을 차단하는 등 조건부 제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은 수요를 자극하고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며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월세 보조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시적 실입주 목적 등 억울한 사례도 있어 케이스별 보완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이 고급 주택 뿐만 아니라 서민 자산 형성을 제한하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실수요자까지 포함한 일괄적 규제가 될 경우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게 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 전세는 자력 마련이 가능한 계층에 국한해 제한할 수 있지만, 중저가 전세까지 똑같이 막으면 서민 피해가 크다"며 “고가·저가 기준을 나눠 선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을 억제하고 풍선 효과만 나타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대출은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과 직결된 금융수단"이라며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으로의 쏠림,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자산 형성 통로를 막으면 갈아타기나 실거주 전환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1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구조는 시장 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다"며 “이를 일괄적으로 갭투기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전세보증금 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낮추고, 일부 조건부 상품도 제한한 바 있다. 여기에 1주택자 전세대출까지 규제에 포함되면 임차인 부담 확대, 월세 전환 가속 등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주담대·전세대출까지 전방위 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일단 멈칫하고 있다"며 “갭투자 억제 취지는 이해되지만 실수요자까지 위축시키는 규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