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지역차등요금제, 이재명 정부 에너지고속도로 성공 핵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09 18:00

“전기요금 차등 없이는 수도권 집중 못 막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에너지고속도로'가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수도권 중심의 인구 및 산업 수요 집중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의 지역차등제 도입이 핵심 대책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

▲지역차등요금제 주요 포인트

에너지고속도로, 수도권 집중 오히려 가속화할 수도...전기요금 지역차등제 도입해야

이 대통령은 전국을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해 재생에너지, 수소, 원자력 등 전국의 다양한 에너지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에너지 균형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히려 이 인프라 확장이 수도권에 전력을 더 원활히 공급해줘 수도권 인구·기업 집중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너지고속도로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수도권 전기요금이 싸면 수요는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생산지와 수요지 간의 형평성과 시스템 비용을 반영한 지역차등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력을 단순히 송전망으로 연결하는 방식만으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오는 2050년 미래 전력망 구축은 2022년 대비 약 2.3배 증설해야 한다. 지난 60년간 구축한 전력망의 2배를 미래 30년 안에 건설하는 상황이다. 천문학적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시점이 에너지 수요 분산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송전거리에 따라 발생되는 전력손실 비용을 모든 지역이 동일 부담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별한계가격 적용을 통해 발전기와 수요 분산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고속도로'가 지방 전력 생산의 수도권 수송로로만 기능할 경우, 전력 수요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인프라 논의를 넘어 전력 수급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송전망도 필요하고 수요 분산도 필요하지만, 발전소를 먼저 짓고 나서 '연결만 해달라'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고속도로라는 말 자체도 애매하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개념인지조차 불명확하다"며 현 정부의 전력망 구축 방향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히, 발전소와 수요지를 어떻게 지리적으로 매칭할 것인가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수도권에 전기가 필요하면 수도권 내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 지방에 전기가 필요하면 지방에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남 해상풍력, 영광 원전, 동해 천연가스 터미널 등 발전원 인근 지역에선 저렴한 요금을, 수도권이나 송전망 과부하가 심한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주택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는 점은 수요 집중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전력계통 안정성 측면에서도 수도권은 병목구간이 많고 대규모 전력 공급에 비용이 더 들어가는 지역이다.


기업도 전기 싸면 수도권 이탈 요인 없어...단 대부분 밀집한 상황에서 적용 쉽지 않아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등 발전소는 대부분 비수도권에 있다. 그러나 산업 수요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지역균형발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지금처럼 모든 지역에 같은 전기요금을 적용하면 기업이 굳이 지방으로 이전할 유인이 없다"며, “전기요금에 계통 비용, 송전 거리 등까지 반영해야 산업 분산이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국내 주요 산업시설의 대부분이 밀집돼 있는 만큼, 요금 차등제를 갑작스럽게 적용하면 소비자 반발과 정치적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점진적 차등 요금제 도입, 지역발전기금 연계 인센티브 제공, 송전혼잡비용 반영 유도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고속도로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단순한 공급 인프라 확장만이 아니라, 지역별 수요 구조와 전기요금 체계까지 재설계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전력당국은 우선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지역 단위를 차차 더 세분화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소는 수도권으로, 전력 수요가 큰 산업은 비수도권으로 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차등 요금제를 통해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제 권역 구분 방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큰 권역을 기준으로 우선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고 제도가 안착하면 권역을 더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매요금의 경우 산업용 전기 등에 주로 적용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큰 차이를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때문에 거주지를 옮길 수는 없는 만큼 일반 가정에서 쓰는 전기에는 큰 요금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산업부는 이미 요금 관련 혜택을 받고 있는 발전소 주변 주민에 대한 보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자원 배분 효율성 측면에서 차등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해 지방의 재생에너지나 화력발전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면, 한전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되고, 막대한 건설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처 자체를 지방으로 옮기는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조 교수는 “RE100이 필요한 산단이나 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하고, 전기를 빨리 직접 공급받길 원하는 기업들은 발전소 인근으로 입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에너지고속도로가 모든 걸 해결할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차등요금제는 에너지와 부동산, 산업정책이 만나는 복합 규제의 접점이자 필수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