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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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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열풍①] "나만 안탔나?"…‘메타버스’ 열풍, 글로벌 휩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01 18:01

청와대부터 BTS까지…너도나도 메타버스行

글로벌 시장 규모 2025년 316조원…지금보다 6배 이상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을 하면서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자신의 섬을 만들었다. 그는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무인도 코드를 공개하고 유권자들을 자신의 섬으로 초대했다. 바이든 섬에 방문한 유권자들은 그의 선거 캠페인 사무실과 투표소를 둘러봤고, 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정치인들의 소통 공간이 신문이나 TV프로그램, 공원, 시장에서 가상 세계로 옮겨간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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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 청와대는 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선물을 공개했다.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 안에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고 이곳에 어린이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진 것. 게임 속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캐릭터는 어린이들에게 청와대 곳곳을 소개하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이겨내는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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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로 구현된 청와대의 어린이날 초청 행사 관련 이미지.


#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에픽게임즈의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공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인기 DJ 마시멜로와 힙합가수 트래비스 스캇도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스캇의 콘서트 첫날엔 1200만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고, 당시 스캇의 아바타가 신었던 나이키 운동화도 마케팅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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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BTS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파티로얄 모드에서 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 순천향대학교는 지난달 열린 2021년 신입생 입학식을 SK텔레콤의 ‘점프 VR(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순천향대 신입생들은 3차원 가상공간에서 총장님의 인사 말씀과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를 듣고, 각자 개성 넘치는 아바타를 활용해 교수님·동기생·선배님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SK텔레콤은 해당 입학식을 위해 순천향대 맞춤형 아바타 코스튬(의상)인 ‘과잠(대학 점퍼)’도 마련했다. 학생들은 점프 VR 앱에서 자신의 아바타에 자유롭게 코스튬을 착용하고 입학식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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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순천향대와 함께 구현한 메타버스 입학식 관련 이미지.


명품 브랜드 구찌의 최신 콜렉션 옷을 입고 이탈리아 피렌체의 ‘구찌 빌라’ 정원을 걷는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합을 맞춰 K팝 걸그룹의 안무를 따라해 볼 수도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가운데 ‘무슨 발칙한 상상인가’ 싶겠지만, 이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에서 현실이 된다.

게임 및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촉발된 ‘메타버스(Metaverse)’ 열풍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와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사실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지난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소설에서는 현실과 가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장된 세계를 나타내는 기술로 소개됐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메타버스는 추상적 관념에서 나와 현실화가 됐다.

네이버 제페토는 글로벌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들이 모여 있는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AR(증강현실) 아바타를 활용해 제페토 안에서 소통하고 현실에서 실현이 불가능법한 일들을 해낸다.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지난해 에픽게임즈의 인기게임 ‘포트나이트’ 내 ‘파티로얄’ 모드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메타버스 성장의 배경으로는 크게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Z세대의 영향력 확장 등이 꼽힌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인터넷을 비롯해 AR과 VR(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세계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지난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언택트 문화에 익숙한 Z세대가 성장해 주요 소비군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메타버스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2800억달러(약 316조원)로 지금보다 6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더 이상 메타버스라는 버스에 탑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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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구찌 협업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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