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2021년 2월까지 130여건의 토지거래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투기 목적의 농지(전·답)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 37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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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왼쪽)이 위반 의심 사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남근 변호사는 "광명·시흥·부천 등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도 많은데, 과거에는 해당 농지 인근에 살지 않으면 매입이 불가능해 위장전입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주소만 광명·시흥 등으로 바꾼 위장전입이 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경우는 18건이었다. 참여연대·민변은 "대규모 대출로 농지를 매입했다면 농업 경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를 3%로만 계산해도 월 80만원 가량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경우가 확인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8개 필지 가운데 15곳은 채권최고액(금융기관 등이 대출금을 보장받기 위해 설정한 권리)이 80%를 초과했다. 채권최고액이 통상 대출금의 130% 안팎으로 설정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농지 매입 대금의 상당 부분이 대출로 충당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참여연대·민변은 설명했다.
토지 소유자들이 주로 자금을 빌린 은행은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이었다.
이광훈 변호사는 "농지는 용적률 등을 고려했을 때 생산성 높지 않아 10억이 넘는 금액의 농지를 구매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라며 "하지만 과림동에서 이뤄진 높은 토지거래액과 대출규모의 경우 농업경영 수익으로는 이자조차 버거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필지의 매입 목적이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민변은 현장 조사를 통해 농지를 매입해놓고 농업과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도 4건 찾아냈다. 면적이 891㎡인 한 농지(답)는 철재를 취급하는 고물상으로 활용됐는데 소유자는 경기 광명시와 경북 울릉군에 각각 거주하는 2명이었다. 2876㎡짜리 농지(전) 1곳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펜스를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장기간 땅을 방치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는 서류상 주인만 바뀌었다.
김남근 변호사는 "현장에 가보면 농사를 안 짓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며 "농지 보전 행정을 해야 할 광명시·시흥시가 전혀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림동 농지를 소유한 사람 중에는 외국인이나 사회 초년생도 있었다. 공동 소유주에 외국인이 포함된 사례가 2건으로, 각각 중국인 1명과 캐나다인 1명이었다. 90년대 출생한 사람은 최소 3명으로 파악됐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대부분의 제보자가 이 지역에서 30∼40년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었다"며 "어느 날 외지인이 들어와 농지 가격을 올리고 폐기물을 쌓아두는데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농민들의 분노를 정확히 파악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민변은 "과림동 1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된 전답 131건만 분석해도 3분의 1가량의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해 농지를 개발한 사업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기 영농 목적이 아닌 토지 매매가 공직자의 친인척인지, 공직자가 차명으로 투기한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전업농과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법인만 농지 소유·임대차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농지 전용 억제와 투기 방지, 전업농 육성을 위한 농지 관련 세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jihye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