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4일(목)

[인터뷰]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바이든의 녹색신호…한국 경제,산업 체질개선으로 시장 선점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4 10:24   수정 2021.01.25 10:51:25

"탄소국경세 도입·금융 가치평가 변화 등 '녹색신호' 켜져"

"한국이 선점하려면 친환경 대하는 조직문화 개선 필요"

"녹색 마라톤 결승점 도달하려면 미래 주역 차세대 목소리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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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바이든이 보내는 녹색신호에 우리 경제 주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 글로벌 산업과 금융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다양한 입장들의 의견을 듣고 미래 지구의 주인들인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의 최근 공식 출범에 따른 세계 경제 재편 방향을 전망하고 우리나라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기후환경 대표 전문가로 꼽히는 정 교수는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지구환경전략연구기관(IGES)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4곳의 국제기구에서 활동했다. 특히 IGES 설립에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 국제협약 ‘교토의정서’ 발효에 중심 역할을 했다. 또 GGGI 부소장으로 활동할 당시 정 교수는 새로 설립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자문단으로 일하면서 인천 송도 유치에 도움을 줬다.

정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전 세계 산업과 경제에 ‘녹색 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정책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제 친환경은 더 이상 선택적 요소가 아닌 전 세계가 나서야 하는 의무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는 ‘파리 기후협약’ 복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정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다시 되돌리겠다는 의지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파리 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을 맺은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제시할 수 있지만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인사를 단행했다. 전 국무장관인 존 케리를 ‘기후특사’로 임명했다. 케리는 앞으로정부 부처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조율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 백악관 기후변화 정책보좌관에는 오바마 정부 당시 환경보호청 수장을 역임했던 지나 멕카티(Gina McCarthy)가 지명됐다. 에너지부 장관에 내정된 제니퍼 그랜홀름(Jennifer Granholm)은 미시간 주지사 재임 당시 시행한 전기차·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성과를 낸 인물이다.

이처럼 미국이 적극적으로 보내는 ‘녹색 신호’에 전 세계 산업 체질과 금융 기준이 바뀌고 있다. 개별 기업과 금융기관들에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 등 친환경과 관련된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신재생E 제조업체들 미국 시장 진출기회 열려

정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하면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장비를 생산하는 제조업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탄소 배출과 관련해 새로운 통상 질서가 세워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교역하는 당사국들에 오는 2025년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소국경세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즉 온실가스가 수출입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셈이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국내 주요 수출업종들의 부담감은 커진다. 국내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당장 도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 저감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2017년까지 이전 10년 동안 OECD 국가 전체의 탄소 배출량은 8.7% 줄었지만 반대로 한국은 24.6%가 늘었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기반으로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탄소 국경세가 도입됐을 때 국내 기업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등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철강·석유·자동차 등 주요 업종은 연간 6000억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오는 2030년에는 1조87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요 동맹국들의 정책 흐름에 발 맞춰 산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한화큐셀이나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진출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해외 시장에서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 경영’, 글로벌 금융 심장부의 가치평가 新기준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산업과 금융에 대한 국제 금융 심장부의 가치 평가 기준이 바뀔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 소식에 미국 증시가 움직였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최종 인증한 지난 7일(현지시각)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만1041.1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803.7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만3067.48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펼칠 친환경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 금융권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 기구는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이 심각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 미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월스트리트에서도 이와 관련된 금융상품을 만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녹색 펀드나 녹색 채권, 녹색 보증 등 여러 가지 다양한 관련 금융 상품들이 미국에 생긴다면 이는 한국의 녹색 금융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바라봤다.

기업들도 금융권 흐름에 따라간다. 친환경을 산업과 금융의 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기업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시장의 ESG 펀드 수익률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환경에 유해한 화석연료 생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도 ESG가 기업들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정부 뿐 아니라 민간부문 등에서도 움직임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상관없이 SK나 롯데, 현대제철 등 국내 기업들에 ESG 펀드나 채권 등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민간이 알아서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은 ‘마라톤’, 다양한 목소리 들어야

정 교수는 "전 세계가 금융과 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 보내는 강력한 ‘녹색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세분화되고 정밀해질 미국의 이 신호에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금융과 경제, 국가안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하다. 정 교수는 "아직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미국의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해 경제나 산업 등 모든 측면에서 한국이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세대가 친환경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 등 방향성은 너무 좋다. 그러나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 등은 단기간이 아닌 50년, 100년 등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라며 "마라톤을 달린다는 생각으로 모든 세대가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반적인 조직 문화가 개선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문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닌 30년, 50년 뒤에 닥칠 현실이다. 현재의 의사 결정이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에 30년 뒤 당사자가 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반영해야 한다.

정 교수는 "정부나 기업, 언론 등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각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친환경이란 현세대와 차세대가 함께 지켜나가야 것인 만큼 기성세대 뿐 아니라 미래 주역이 될 차세대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각각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 소수 정예가 아닌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 등을 마련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녹색 마라톤’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사회 구석구석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태용 교수는

△60세△영등포고·서울대 무역학 학사·뉴저지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1992∼1998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99∼2005 지구환경전략연구기관(IGES) 기후정책연구부장 △2005∼2007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2007∼2013 아시아개발은행(ADB) 기후변화전문가 △2013∼2015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15∼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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