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영국에서 전염력이 강한 변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자 주변 유럽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가 비상이 걸렸다.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들이 아직까지 대규모로 공급되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70% 강한 변종 바이러스(VUI-202012/01)가 나타나자 대규모 확산에 대한 공포심이 또다시 커진 것이다.
다만,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백신 효과를 무력화하지 않는다는 보건 전문가들의 진단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변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있다.
◇ 유럽에 이어 중동, 중남미에서도 "입국 금지"
21일 블룸버그통신은 "변종 바이러스가 크리스마스를 망쳤고 유럽은 영국을 격리했다"라는 제목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런던을 비롯해 상당수 지역에 강력한 락다운(봉쇄조치)을 시행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변종 유입 등을 차단하기 위해 속속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들은 이날 잇따라 영국발 항공편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변종 코로나19에 대응해 이날 밤 12시부터 화물기를 제외한 모든 영국발 항공편 착륙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도 이날 밤 12시부터 48시간동안 영국에서 오는 모든 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전했다. 도로, 항공, 해상, 철도를 이용한 이동은 물론 화물 운송도 불가능해진다.
벨기에 정부도 이날 밤 12시부터 최소 24시간 영국발 항공편과 유로스타를 포함한 열차 운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정부 역시 영국발 항공편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또 최근 14일간 영국에 체류했거나 영국을 경유한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는 한편 이미 자국 내 체류하는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선 신속하게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할 방침이다.
체코도 지난 2주 사이 영국에서 최소 24시간 머무른 뒤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이날부터 격리 조치가 적용된다고 밝혔고 네덜란드 정부 역시 이날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영국에서 승객을 태운 항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유로스타는 영국 런던과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를 21일부터 취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불가리아 등도 영국에서 입국을 제한 또는 제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밖에선 터키, 이스라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등이 영국에서 입국을 제한했다. 미국은 아직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았지만 같은 북미의 캐나다는 영국발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과 긴밀히 협력해 변종 코로나19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변종 코로나에도 "백신 효과 있을 것...전 세계 확산 가능성도 낮아"
![]() |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사진=AP/연합) |
백신이 무용지물 되기 위해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같은 종인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수준 정도로 변해야 하는데 이번 변종은 이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형되기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L형이었으나 올해초 S형으로 변형됐고 V형과 G형, GH형, GR형 등이 이후에 발견됐다.
이와 관련,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현재까지 영국이 공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변종은 백신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으며 증상에 변화를 주거나 더 심한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도 "우리가 지금까지 아는 것들에 비춰볼 때 변종은 백신들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작전’의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도 CNN에 출연해 "현재 승인된 백신들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지금까지 백신에 내성을 지닌 단 하나의 변종도 없었다고 본다. 지금으로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학계는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한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이 변종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계속 변이되기 때문에 같은 바이러스가 세계 전체로 퍼지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알려진 변종 바이러스로 이제 접종이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 범위를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미국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의 진화생물학자 제시 블룸 박사는 "단 하나의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모든 면역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러스가 변이돼 면역 체계를 무력화하려면 수년이 걸리고 바이러스도 변이를 거듭해야 한다"라며 "단번에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처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