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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업계 자율주행차 시장서 ‘총성 없는 전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14 22:00

전기차 이후 새 먹거리···2022년 ‘레벨3’ 기술 경쟁



앞서가던 테슬라 ‘미끌’···현대차·토요타 등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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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반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 차량이 운전자의 감시 아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차 기술 패권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간 인수합병과 합종연횡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가운데 얽히고 설킨 지분관계 탓에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업자가 되는 사례까지 생겨난다. 자율주행차가 친환경차와 더불어 산업 생태계를 바꿀 ‘새 먹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업체간 기술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율주행차···‘기술 패권’ 누가 가져가나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은 이제 막 출발선을 넘어선 수준이다. 자율주행차는 주행보조 시스템, 차량간 통신, 차량과 사물간 소통 등 기능을 갖춰야하는데다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사고력도 지녀야 한다. 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첨단 기술의 융복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율주행 레벨단계(SAE J3016)는 총 5개다. 2단계는 운전자를 돕는 주행 보조, 3단계는 고속도로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다닐 수 있는 정도, 4단계는 변수가 많은 일반 도로도 다닐 수 있는 수준, 5단계는 완전한 자율주행 상태다. 현재 대부분 글로벌 업체들이 레벨 2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했으며, 3단계 상용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자율주행이 워낙 복잡한 기술이라 다음 단계 레벨로 넘어가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5G 통신을 활용한 커넥티트카 기술, 고도로 정밀화된 카메라와 레이더 기능을 활용해 레벨 3를 구현하려 노력 중이다.

가장 진일보한 기술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구글 웨이모는 라이다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라이다는 직접 레이저를 발사해 장애물을 감지하는 능동형 센서다. 외부 장애물을 먼저 인지한 뒤 이를 인식하는 카메라·레이더 등과는 태생이 다르다. 반면 테슬라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어떤 기업이 ‘기술패권’을 거머쥐게 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글로벌 기업들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일보한 기술력을 지닌 업체들과 손을 잡기 위한 물밑작업도 치열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 2025년까지 270억달러(약 30조원)를 쏟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국 FCA와 영국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일찍부터 웨이모의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왔다. 포드는 지난 2017년 이스라엘 스타트업 사이프스를 인수했고, 기술 개발업체 아르고 AI도 품에 안았다. 아르고 AI에는 독일 폭스바겐도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과 협업한다. 특히 BMW는 ‘100년 경쟁자’ 메르세데스-벤츠와 레벨4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토요타를 중심으로 덴소, 스크지, 혼다 등이 관련 기술을 제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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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자율주행차량 이미지. 제네시스 G90에 모셔널 브랜드 로고를 래핑했다.

현대차그룹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오로라에 전략 투자한다고 밝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로라는 테슬라, 구글, 우버 출신 최고 기술자들이 창업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또 20억달러(약 2조 1000억원)를 투자해 올해 3월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의 앱티브(APTIV)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기도 했다.

◇ 앞서가던 테슬라 주춤하자···현대차·폭스바겐 등 ‘추격 고삐’

각 기업간 합종연횡과 투자가 계속되다보니 어제의 적이 오늘은 협력자가 되는 상황도 연출된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최근 자율주행차 사업부 ‘ATG’를 오로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오로라는 앞서 현대차그룹이 지분을 투자한 회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진일보한 우버의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다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우버가 매각하는 ATG에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계 자금이 상당 수준 들어가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직접적인 경쟁 상태인 토요타, 덴소 등도 영향력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오로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토요타와 나눠 써야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우버가 ATG를 매각하며 100% 현금 대신 ‘지분 매각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도 변수다. 이번 딜로 우버는 오로라 지분을 일정 수준 확보하게 됐다.

이밖에 중국 바이두 또한 현대차그룹, 토요타와 각각 다른 분야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가던 테슬라를 주춤하게 만든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 9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배터리데이’에서 약속했던 자율주행 기술이 시장의 기대치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머스크 CEO는 "한 달 내 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베타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레벨 5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었지만 막상 최근 공개된 서비스는 레벨 2 정도에 불과했다.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긴 했지만 운전자의 감시와 통제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에 앞서 미국 등에서 꾸준히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전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경쟁사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2025~2030년 사이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0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 2022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산업 생태계는 이제 막 태동 단계에 불과하다"며 "미국 등이 현재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게 규제 장벽을 없애고 지원책을 마련해준다면 한국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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