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뤼튼.
올해 들어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된 기업이 50곳에 달하며, 한계기업 퇴출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본시장 구조 개편 일환이란 평가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된 기업은 총 50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곳, 2023년의 28곳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상장기업의 질적 개선을 내세우며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나선 결과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회계투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의 퇴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종전에는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일 경우 개선기간을 거친 후 상폐 절차가 이뤄졌지만, 올해부터는 곧바로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상폐 기업 중 5곳은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퇴출이 결정됐다.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라, 주요 거래 내역이나 내부 통제 등 기업의 존속 가능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 사례다.
하지만 상장폐지로 인한 시장 정화 효과와 별개로 투자자 보호 측면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있지만, 회계 보고서 외에 실질적 경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부족하다. 감사의견 '한정'이나 '부적정' 등의 용어 역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난해한 회계 전문용어로 받아들여져 사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대동전자는 홍콩 관계사에 투자한 268억원의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2년 연속 '한정' 의견을 받았다. 거래소는 즉각 상폐를 결정했지만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실질적 재무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장폐지 결정 이후에도 일부 기업들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사실상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 같은 가처분 신청은 빈번하지만 실제 인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대동전자 외에도 올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기업은 적지 않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등 이화그룹 계열 3사의 상장폐지를 확정했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와 자금 유용 문제가 불거지며 오랜 기간 거래가 정지됐던 이들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세 종목의 소액주주만 약 38만 명에 달하는 만큼 투자자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이외에도 쌍방울, 광림, 조광ILI 등도 실질심사 결과 상장폐지가 결정된 바 있다. 이들 역시 정지 상태에서 명확한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지 못했고, 회계 투명성이나 경영 개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돼 거래소가 상폐 결정을 내렸다.
또한 최근 코스닥 시장에 도입된 '2심제'가 처음 적용된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플래스크, 아이엠, 스타코링크, 더테크놀로지, 올리패스, 에스엘에스바이오, 씨씨에스 등은 새로운 심사 체계를 통해 상장 유지 여부가 가려지는 첫 사례들이다. 일부 기업은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상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의견 거절은 해당 기업이 돈을 벌기보다 기업을 수단 삼아 머니테크 수단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투자자들은 급등락하는 테마성 코스닥보다는 우량종목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감사의견이 거절된 종목은 사실상 휴지가 되는 셈"이라며 “투자자가 사전에 기업의 경영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당국의 철저한 공시 의무 부과와 신속한 사실 전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