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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정당한 수준’ 충족돼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9.14 14:08

박상현 감정평가사 겸 행정사


3기 신도시 조성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신도시 조성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 지정이 지난해 완료됐고, 지난달에는 인천 계양, 과천,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지구에 대한 3기 신도시가 보상 계획이 공고돼 현재 감정평가사 선임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428만㎡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한 토지 보상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정당한 보상’ 수준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보상제도는 헌법 제23조에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예외 사항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강제 수용의 전제가 되는 ‘정당한 보상’ 수준에 대한 논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다. 이번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의 대규모 수용 과정에서도 수용 지구 내 강제 수용 대상자들의 연합체인 ‘공공주택지구 전국 연대 대책 협의회’(공전협) 등을 중심으로 보상제의 적정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가운데 행정 심판 대상 토지의 경우 대토 보상을 선택할 수 없고 현금 보상만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으로 꼽힌다. 대토 보상은 말 그대로 보상금을 땅으로 대신 받는 것인데, 원주민의 재정착과 개발 지구 인근 지가의 상승 방지, 사업 시행자와 수용 대상자들의 개발 이익 공유 등 순기능이 매우 많은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의 수혜 대상은 사업 시행자가 1차로 제시한 협의 보상 평가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만 해당된다. 만약 첫 번째로 받은 협의 보상 평가금액이 실제 수령 가능한 적정한 가치에 미달될 경우 두 차례의 행정 심판과 행정 소송의 절차로 보상금에 대한 적정 가치의 재평가가 가능한데, 이러한 과정에 원천적으로 진입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개발 이익을 배제한’ 보상금 수준에 대한 논란이다. 개발 이익을 배제하고 보상금을 책정하도록 한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 개발 이익은 토지주의 노력과 무관하게 공익 사업으로 발생한 것이기에 그 귀속은 공공 복리를 위해 개인이 아닌 사회에 환원돼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수용 대상자들에게 개발 이익이 배제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공익 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의 주변 지역 토지주에게도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수용 대상자들에게 개발 이익을 배제한 수준의 토지 보상금을 지급하면 이미 지구 지정으로 훌쩍 뛰어버린 인근 지역에서는 대체지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발 이익 배제의 대상자를 수용 지구 내 토지 소유자로 한정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매우 부당하다. 수용 보상금에 대해서도 일반 거래와 유사한 수준의 양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현재의 세제 아래에서는 대체 부지 구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의 경우 금전 보상에 대해 최고 재판소가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피수용자가 근처 피수용자와 동등한 대체지 등을 취득할 수 있는 데 충분한 금전의 보상이 아니면 안된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의 공시지가 기준 보상과 유사하게 기준 시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기준 시가 자체가 철저하게 실질적인 매매가격에 기초를 두고 있어 공시지가와 실거래 사이에 괴리가 큰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보상제도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본과 독일의 경우만 봐도 보상금 수준 책정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훨씬 진일보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보상법제는 1962년 첫 제정된 ‘토지수용법’, 1975년 제정된 ‘공공 용지의 취득 및 손실 보상에 관한 특례법’, 2002년 제정된 현재의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이르기까지 개발 이익을 배제하도록 한 감정평가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수용 대상자에 대해서만큼은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겨두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번 3기 신도시 보상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취약점을 감안한 적정한 수준의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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