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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움바이오 보스턴 법인 이니티움이 위치한 ABI LAB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자회사 설립 붐이 일고 있다. 자회사 설립을 통해 모기업인 제약사는 신약개발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는 동시에 발생한 수익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잘 키운 자회사 덕을 톡톡히 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경우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의 안정적인 성장 덕에 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종근당 역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펼치는 자회사 종근당건강 덕에 최근 5년 사이 종근당홀딩스 매출이 4배로 급성장 하기도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티움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크리스탈), 제일약품 등이 자회사 신설을 통해 신규 사업 진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먼저 희귀 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바이오기업 티움바이오는 미국 보스턴에 현지법인 이니티움 테라퓨틱스를 세워 항체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간 티움바이오는 항체 분야에 해당되는 R&D 기능 없이 합성신약으로서 섬유화질환 및 면역항암 치료제 개발에 힘써왔다. 항체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연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티움바이오는 미국 현지에 연구소 공간 설립을 완료하고 글로벌제약사 출신 두 명의 전문가를 새로 영입해 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연구소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MSD에서 10년 이상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한 이현희 박사와 BMS 및 보스턴 바이오벤처서 항체 개발 전문가로 근무한 박세영 박사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세계 제약·바이오의 최전선에 이니티움이라는 연구개발 기지를 구축함으로써, 우수 연구인력 확보 및 유수의 기관들과 속도감 있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루고자 한다"며 "항체신약 개발 뿐 아니라 기술 제휴, 공동 연구, 기술이전 등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섬유증 치료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마카온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100% 출자해 설립하는 마카온은 크리스탈지노믹스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인 CG-750을 이전받아 개발하며,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모든 권리를 크리스탈지노믹스로 이전할 계획이다.
제일약품도 지난달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 테라퓨틱스’를 차렸다. 제일약품의 지분 100% 자회사인 온코닉 테라퓨틱스는 임상과정에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온코닉 테라퓨틱스는 항암제 분약의 신약 후보물질을 첫 번째 파이프라인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3∼5년 내에 총 3개의 신약후보물질 임상을 추진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이처럼 기업들이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본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약개발에 실패할 경우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자회사를 통해 R&D를 추진할 경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회사 설립이 추가로 돈줄을 끌어모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모 회사의 원천기술과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가져다 해외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자회사를 통해 수익만 챙기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또는 국내에 자회사 설립을 통해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에 뛰어드는 모습은 내부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신약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일부 기업은 수익성개선만을 노리고 뛰어드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