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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투표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박경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5일, 21대 국회 전반기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내정하고 오후 6시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국회 상임위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에 4선 윤호중 의원, 기획재정위원장에 3선 윤후덕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에 5선 송영길 의원, 국방위원장에 3선 민홍철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3선 이학영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 3선 한정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게 됐다. 미래통합당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지난 1967년 이후 53년 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안건 상정에 앞서 "오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상임위부터 구성하게 된 것을 매우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주일 동안 본회의를 2차례나 연기하며 협상을 촉구했고 저 자신도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지만,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표결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 "민주당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한 월권적 행위를 이른 시일 내에 제도적으로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며 "오늘은 1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고, 국회가 없어진 날"이라고 말했다. 또 "왜 한 번도 역사에 없었던 일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이 말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이런 것이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는 거대 쪽수로 밀어부치면 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며, ‘권력의 저주’를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도 주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아직도 늦지 않았다"며 "야당으로서 절대 반대를 위한 발목잡기를 하지 않을테니 다시 협의해서 상임위 등을 배정하자"고 설득했다.
이에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20대 국회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법사위를 야당이 차지하는 관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만일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면, 지금껏 관례에 따라 야당은 법사위에서 또 시간을 끌고 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며 '일하는 국회'는 요원해지고 21대 국회는 또 다시 대립과 파행이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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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앞서 15일 오전 국회에서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한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는 박 의장에게 전 상임위원장을 다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고, 범위는 의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고, 주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일당 독재의 문을 열어 젖히려 한다"면서 "상임위 강제 배정과 일방적 위원장 선임은 두고두고 부끄러운 헌정사로 남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의장의 최종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범여권과 통합당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박 의장을 각각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 초선 10여명은 이날 반드시 상임위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고, 통합당 초선 10여명은 여당의 단독 원 구성에 항의하며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에 의하면,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양쪽을 다 만족시킬만한 안은 없고, 선택만 남았다"며 "지난 12일 국민께 15일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떻게 처리할 지) 범위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합당이 강행 처리에 크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오후 본회의를 열어 단독으로라도 15일 안에 반드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며 "이제 더는 통합당의 몽니를 봐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6월 안에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이번 주 각 상임위에서 심사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오늘 반드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미래통합당이 20대 국회 때 법제사법위원회를 가지고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고, 결국 동물국회로 마감하게 됐다"면서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도, 견제할 염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제 갈 길을 가겠다"며 "박병석 국회의장도 민주당의 인내와 의지를 이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됐지만,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고, 당장 다음 날부터 모든 상임위를 가동해 추경안 심사 등 국회 정상화 수순을 밟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이 선출된 상임위는 당장 16일부터 소관 부처 장·차관을 불러 업무보고를 받고, 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임위도 정책 간담회를 여는 방식으로 모든 상임위의 문을 연다는 방침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16일부터는 무조건 상임위를 가동할 것"이라며 "아무것도 진행하지 않아 비난받는 것보다 (원 구성을) 강행해서 반발을 사는 것이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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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맨 아랫줄 왼쪽에서 4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같은당 의원들과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면 미래통합당은 장외 투쟁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이 자신들 독단대로 원 구성을 강행하고 숫자의 힘으로 밀어가면 권력의 저주로 스스로 망할 것"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하겠다고 이렇게 몽니를 부릴 때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민주당이 177석이 아니라 277석을 얻었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게 있고, 그것은 우리의 헌법 정신과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이라며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잠시 주권을 위임했을 뿐이며 내일이라도 그 위임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적된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의 삶이 팍팍하다"며 "김정은 남매는 군사적 도발을 공공연하게 위협하고 있고 지난 3년의 평화 프로세스는 파탄 났으며, 안보 대비 태세는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민정부 이후 30년 동안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이 배분됐고, 그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몫으로 정해진 게 하나의 관행이었다"며 "거대 여당이 그걸 파기하고 상임위 독점을 시도하기 때문에 원 구성이 지연됐는데, 굉장히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무엇 때문에 여당이 굳이 법원과 검찰을 관할하는 법사위를 가져야 하느냐"며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게 많아서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시도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대 여당의 힘으로 모든 걸 밀어붙이려고 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또 다시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없는 국회는 국회일 수 없다"며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본령이 사라진 국회의사당은 더이상 신성한 민의의 전당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 의원은 부의장 선출 절차는 상임위 배분 먼저 끝난 뒤 논의해야 한다며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필요한) 법사위·예결위·기재위까지 오늘 처리하겠다면, 그것으로 상임위 협상은 끝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회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고 야당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 장외투쟁까지 갈 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내에서 정권타도 투쟁이나 의회민주주의 수호투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그런 방향으로 몰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면서 21대 상반기 국회는 거대여당의 상임위 독식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사실상 야당의 견제 기능없이 독주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과시켰다는 비판 속에서 여당의 바램대로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은 상임위원장직은 오는 19일에 열리는 다음 본회의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박경준 기자 kj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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