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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칼럼] 전력공기업 신입사원에게 바치는 당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2.12 11:16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전력산업이라는 열차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너지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자원입니다. 전기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형태의 일부로 현대 생활을 지탱해주는 근원적 힘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전기를 생산, 전송, 판매, 관리하는 일을 책임지는 산업에 합류하신 것이니,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셔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왜, 전력산업에 합류하시기로 결심하셨나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한다는 의미와 함께, 안정적인 직업군이라는 특장점이 선택의 중요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생각은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전력산업은 대부분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산업으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전력산업에 속한 사람들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어 발전기, 송변전 시설들을 계획, 건설하고 정부는 적정한 이익을 보장해주었으며, 지속적인 개선으로 단위 비용은 하락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며 모두가 행복한 시절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력산업에 대한 생각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하지 않은듯 싶습니다.

그러나 전력산업은 혁신산업입니다. 물론, 지금이 아닌 10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혁신기업의 대명사가 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2003년, TED에서 "전기는 가정과 거리에 빛을 가져다 주는 하나의 명확하고 작은 목표로 시작했다. 전기의 활용으로 수많은 가내 수공업이 전자산업으로 진화했으며, 전 세계 GDP에 2조9천억 달러 정도로 기여하고 있다."라며 인터넷이 과거의 전기와 같은 혁신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혁신 기술에서 빠지면 큰 일이 날듯한 AI(인공지능) 역시 100년 전 전기로 비유됩니다. 개방형 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의 창업자이자 AI의 구루로 유명한 앤드루 응은 "인공지능은 새로운 시대의 전기다. 에디슨이 전기로 구동하는 세계를 만들었듯 AI 역시, AI 기반 사회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하며 전기의 혁신성에 빗대어 AI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력산업은 초기의 놀라운 성취 이후 바뀌지 않은 거대한 기계가 돼버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력산업을 선행적으로 연구하는 그룹의 연구결과를 살펴 보면 "최근 10년의 변화가 이전 50년, 70년의 변화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이 변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탈탄소화(Decarbonization), 탈집중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으로 불리는 3D 변화가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금 전력산업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계신 선배님들은 과거의 안정적이고 변화가 더딘 전력산업에 완전히 적응된 분들입니다.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대표하는 미래의 전력산업을 이끄는 데 과거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익숙함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우리보다 여러 발자국 앞서나간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큰 변화의 중심에서 EDF, RWE 등 거대 전력회사는 둔감한 조직문화를 개혁하고, 수익 잠식의 원인을 찾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신규 매출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변화 앞에서 좋은 방향을 찾기보다는 과거의 관성에 발이 묶여 기회보다는 쇠퇴의 길을 가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력산업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내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러분은 선배들의 길과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셔서 새로운 전력 신세계를 창출하는 주역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연설의 마지막 말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은 혁신 산업의 창출자가 되실 테니깐요. "Stay Hungry, Stay Fo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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