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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건축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 있다. 되돌아보면, 살면서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언쟁을 하고, 치밀어 오르는 부화에 잠 못 이룬 적이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건축사업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날, 건축사가 갑자기 얼마간의 현금을 요청했다. 건축 인허가 담당자들과 식사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내 불편, 부당한 수많은 요구를 겨우 견디며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이런 진상들이 건축주들을 괴롭히는 것이 우리 건축 현장의 현실인 것이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굴지의 대기업 건설 회사들이 수많은 아파트를 지으며 부를 축적해 왔을 텐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큰 건설사에 편승해서 호의호식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 건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규모가 작을 뿐이지 각 단계별로 합법적인 비용뿐 만 아니라 불법적인 리베이트까지 말도 안 되는 온갖 구실로 건축주를 뜯어먹는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이 건축현장 전반에 도사리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가지 않으면 마지막에 평생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다 털어 먹힐지 모른다.
건축주 입장에서 생각할 때, 합법적인 비용이긴 하지만 관공서 등에 떼인다고 생각되는 비용은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 가스, 전기 인입 비용과 각종 감리비용, 인허가 관련 세금들이다. 특히 이런 비용들이 치명적인 이유는 앞으로 드러나 있지 않아 미리 대비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금이 빠듯한 중소 규모의 건축주들에게는 커다란 돌발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비용들은 ‘화는 나지만, 나만 내는 것도 아니니까’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불법적인 리베이트 관행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건축현장에서 건축주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주범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뒷돈들이 오고 가는 상황이라 비전문가인 건축주들이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대표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열거해 보면, 건축사업을 위해 토지를 매입할 때 공인중개사로부터 소개받은 금융기관에서 발생한다. 선의로 도와준다고 생각했던 융자에 소개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설계를 위해 인허가 관청 앞에 있는 건축사도 소개를 받았는데, 역시 뒷돈이 오고 가는 정황이 보인다. 또한 건축 허가가 나올 때쯤, 건축사는 순진한 건축주를 위해 친절하게도 능력 있는 시공사 대표라며 소개해 준다. 자신과 호흡이 맞는 시공사와 공사를 해야 건물이 잘 나온다는 말을 곁들이며 말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도 어김없이 리베이트는 발생한다. 간신히 화를 누르고 시공사와 계약까지 끝내서 한숨 돌리려는 순간, 다시 뒤통수를 맞게 된다. 어찌 보면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장에서는 토목, 골조, 목공, 설비, 전기, 도장, 미장 등 각 공종별로 하도급 업체들이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뒷돈들이 오고 가는 것이다. 부실한 시공사일수록 현장소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되고 본사의 통제를 덜 받게 되므로, 업체들 간의 짬짜미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불법적인 관행뿐 만이 아니라 합법적인 비용이라는 각종 감리비와 복잡한 심의들도 건축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부실한 중소형 건축시장에서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각종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이를 통제한다는 미명하에 기술적인 감리를 의무화해서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건축, 소방, 통신, 전기, 토목 등 수많은 감리업체들과 계약을 하고 많은 금액을 지불했지만 그들의 면허와 도장만이 필요했을 뿐이지, 계약이 끝나면 이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찾아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부실한 시공을 발견하고 불만을 얘기해도 시공사 탓만 하지 시정 조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런 비용을 우수개 소리로 도장 값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듯 수없이 많은 리베이트 속에서, 일생일대의 건축사업에 올인 하고 있는 예비 건축주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차라리 모르고 지나가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