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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산업부 기자 |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지난 9일 위원장 수락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 분야에 성역을 두지 않겠다며 독립성,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겠다고 했다. 삼성의 ‘진정한’ 준법·윤리경영을 향한 의미 있는 변화와 진전을 바라는 국민 여론에 대한 답이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사장단, 임원들은 준법감시위 구성 발표 나흘만인 13일 ‘준법 실천 서약서’에 서명했다. 서약서에는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장단이 먼저 서명하고 뒤이어 임원들이 서명하는 모습에서 삼성 측이 설명한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가 일견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진정성’에 여전히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9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삼성그룹은 2011년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아 25∼29일까지 일주일을 ‘준법경영 선포 주간’으로 정하고 12개 계열사가 준법경영 선포식을 열었다.
당시 최지성 삼성그룹 부회장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모든 국내외 법규와 회사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어떤 위법 행위도 하지 않으며 △잘못된 관행과 절대 타협하지 않고 △준법경영 실천을 위한 활동에 적극 동참하며, 준법문화 구축에 앞장선다는 내용의 ‘준법경영 선언문’을 낭독했다.
2012년에는 전 임직원이 준법 실천 서약서를 작성하며 준법 의지를 밝혀왔다. 서약서 내용은 △제반 법규와 사내 규정을 지키고 △시장 질서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위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수용하고 △위법 행위를 하면 책임을 진다는 것이 골자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서약서의 내용은 8·9년 전의 그것과 지금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12년 서약서 작성은 삼성전자의 조직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 문제가 불거진 직후에 나온 것이기도 했다. 이번 삼성 준법감시위 구성 발표와 서약서 작성 등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과거와 묘하게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김지형 위원장도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은 썩 좋지 않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진정한 사회 요구’에 쉽게 눈길을 주지 않는 삼성의 보수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까. 일각에선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수는 놓여졌고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