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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철 한국재무평가연구원 원장 |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는 현상이 10년만에 발생했습니다. 미국 연준이 5월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제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올해에 추가로 2∼3 차례 인상할 것이 예상됩니다. 미국 금리의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도 같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왜 우리나라가 고민을 해야 할까요?
금리는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금리가 높은 돈은 보유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많기 때문에 보유하려는 선호도가 높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다른 물건 예를 들어 채권으로 표현된 돈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부동산으로 표현된 돈의 가치도 올라갑니다. 그 돈을 제외한 다른 모든 물건(다른 나라의 돈이든 부동산과 같은 실물이든)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심지어 채무의 가치도 낮아지긴 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금리가 연 3%라면, 이자율이 연 3%인 대출금의 가치는 원금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금리가 5%로 상승하면 이 대출금의 가치는 원금보다 낮아집니다. 시장금리가 대출이자율이 같다면 대출금의 원금만큼을 예금으로 갖고 있어야 이 대출의 원리금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상승해서 시장금리가 대출이자율 보다 낮다면, 대출원금보다도 적은 예금만으로도 대출 원리금을 갚아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만 보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러나 정부나 한국은행이나 미국의 금리인상을 많이 걱정스럽게 보고 있고, 우리나라의 금리를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가치도 낮아지고 대출금의 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고정금리 대출이라면 금리가 오르지 않겠지만 변동금리라면 시장이자율 변화에 따라 곧바로 대출 금리가 인상되며, 고정금리라 하더라도 해당 대출의 만기가 되어 대출 기간을 연장할 때에는 당연히 인상됩니다. 그러면 대출금이 있는 채무자는 갚아야 할 이자가 많아져서 부담이 커집니다.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은 경우 금리가 상승하면 담보의 가치가 하락해서 담보부족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지 못하면 기존의 담보물을 처분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담보물이 아니더라도 주식이나 채권 등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사람들이 가진 재산의 규모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는 경우에는 자산의 가치를 부풀려서 버블경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적정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적정 금리는 경제 성장 속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금리를 인상하듯이,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 금리를 조정해야 국민생활과 경제에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외부환경 때문에 우리는 자본유출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녹녹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로 금리를 조절해야 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그런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질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어나는 실물경제의 성장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용이 늘고 생산과 소득이 증가함으로써 외부 요인을 걱정하지 않는 좋은 경제 환경이 도래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