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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도 여러 곳의 게임 개발사가 찾아옵니다. 프로젝트 보고 투자를 해달라는 건데, 게임이 크게 3가지 범주 안에서 벗어나질 않아요. 게임성이나 과금모델이나 다 비슷비슷하게 만들어졌단 얘깁니다."
최근 만난 한 벤처캐피탈 투자 파트너가 한 얘기다. 신작이라고 들고 왔는데 개성도, 독창성도, 참신성도 뭐도 없고,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만 있다.
과금모델만 봐도 그렇다. 뭘 그렇게 소환할 게 많은지 자꾸 카드(캐릭터)를 뽑고, 또 뽑게 한다. 계속해서 뽑아도 부족한 게 바로 뽑기 아이템이다.
캐릭터 뽑기에서 끝이 아니다. 캐릭터들에 필요한 무기들도 강화하고 진화시켜야하는데, 여기에도 뽑고 또 뽑고, 바르고 발라도 끝이 없다. 진화단계를 다 마쳤는가 싶으면 이번엔 '초월' 단계가 나타난다. 한국게임의 대다수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이러한 방식의 과금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한·중 관계의 해빙무드로 조만간 토종게임들의 중국 수출 활로가 다시 열릴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또 중국시장이 닫혔던 동안 열심히 공들여왔던 북미·유럽시장 진출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문제는 해외 게임시장에선 우리와 같은 노골적인 과금 유도 방식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과금모델이 같으면 자연스레 게임의 진행방식 등 전반적인 디자인 또한 오십보백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중국게임만 봐도 얼마 전까지 계급제와 같은 'VIP시스템'이 주를 이뤘었는데, 최근엔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한 실험적인 게임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중국이 처음 선보여 이젠 시장의 주류가 된 '자동조작' 대신 수동 플레이를 강조한 게임들도 바로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과금모델 역시 퀘스트 수행만으로도 현금성 재화를 얻을 수 있게끔 진입장벽을 낮췄다. 유료 아이템의 대부분을 캐릭터 꾸미기 용도로 바꾸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른 바 '착한게임'이다. 대표적인 예가 '붕괴 3rd', '소녀전선' 등이다.
미국도 게임 콘텐츠에 영향을 미치는 유료 아이템보다 '시간'을 사는 방식인 '캔디크러시사가', '클래시 로얄' 등의 게임들이 여전히 매출 최상단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거머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도 게임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유료 아이템이 없다. 누구나 동일한 조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의 중심엔 게이머가 있다. 그들이 만족할 때야 비로소 지갑도 열린다. 글로벌 재확장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바로 '게임'이란 콘텐츠 본질에 집중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