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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오는 17일부터 20일(현지시각)까지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새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출장이다. 8일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서 그는 프레스 콘퍼런스 연사로 직접 나서 현대차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대기업 오너 경영자가 CES에서 공식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현대차를 외부에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이를 직접 진두지휘하는 본인 역시 덩달아 주목을 받는다. 두 차례 행사로 정 부회장은 세계 주요 업체들을 비롯해 여러 인사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CES 행사를 주관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CES에만 세계 3800곳의 업체가 참가했다. 다보스포럼에는 세계 각국에서 총리, 장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일련의 행보들을 미뤄볼 때 본격적으로 정 부회장이 경영승계 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는 대외 행사에 참가만 하더라도 주목을 받는다"면서 "빠듯한 일정까지 쪼개가며 행사에 참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올해로 만 46세다.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인 왕자의 난(2000년)을 앞둔 1999년 미국·일본 유학을 마치고 전격 귀국했다. 당시 29세였던 그가 처음 맡은 보직은 현대차 자재본부 구매실장이었다. 특유의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상무(2001년), 전무(2002년), 부사장(2003년) 등에 이어 2005년 기아차 사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사장 부임 이후 기아차에 디자인을 입히며 적자 상태이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후 9년째 이렇다 할 경영승계 과정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재계가 자의든, 타의든 창업주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흐름과 대비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친인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눕게 되면서 3세 경영의 막을 올렸고 한진그룹과 효성그룹 역시 3세들을 전면에 배치시키며 새판짜기에 한창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두터운 입지가 오히려 아들인 정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다른 곳보다 3세 경영을 서둘러야하는 측면이 있는데 아직까지 정몽구 회장이 아직까지 본인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아직까지 경영승계와 직결되는 그룹 내 계열사의 지분 문제에 대한 대책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지배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정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0%’다. 박상인 교수는 "업무승계야 일정 부분 이뤄졌다지만 실질적인 경영승계가 외부로 딱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몽구 회장은 작년 말부터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해외법인장회의에 불참했고 시무식도 올해 처음 주재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