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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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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포스트 APEC, 누가 책임질 것인가(1)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1.03 12:00

외교 성과는 중앙, 후속 책임은 지방?


'지방이양' 논리에 막힌 포스트 APEC 예산


시민 불편은 감내했는데, 남은 건 허탈감뿐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정부가 자평하듯 '성공한 외교 이벤트'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국제행사의 진짜 성패는 폐막 이후에 결정된다. 정상회의의 성과가 제도와 공간으로 남아 국가 자산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일회성 행사로 소진될 것인지는 포스트 APEC 정책에 달려 있다. 본지는 경주 APEC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예산 구조의 문제점, 그리고 지역 사회의 생생한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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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주APEC 홍보 포스터

글싣는순서


1:포스트 APEC 구상과 기대




2:정부예산 반영 현황


3:기재부 논리와 책임 논란



경주 APEC 이후 '포스트 APEC' 논란…국가 행사 성과, 누가 책임지나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두고 정부와 여권은 “국격을 높인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외교 역량과 국제 협력 능력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상회의 이후 그 성과를 중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이른바 '포스트 APEC' 사업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의 역할이 충분했는지를 놓고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 행사 이후의 후속 정책과 재정 지원을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포스트 APEC 구상은 있었지만, 예산 반영은 제한적


경북도는 지난해 11월 '포스트 APEC 추진 전략 보고회'를 열고 세계경주포럼 상설화, APEC 문화전당 조성, 아시아·태평양 AI 협력센터 유치, 인구정책 협력체 구축 등 10대 핵심 사업을 제시했다.


당시 경북도는 이들 사업을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닌 국제 외교 성과를 축적·확장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관련 사업은 세계경주포럼 예산 21억 원과 신라 왕경 디지털 재현 사업 90억 원에 그쳤다.


APEC 기념관, 문화전당, 보문관광단지 혁신, 아태 AI 협력센터 등 주요 사업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포스트 APEC 관련 사업을 '지방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분류해 국비 반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의 자체는 국가 행사였지만, 이후 활용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추진할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시민들 “국가 행사로 감내한 불편, 이후는 지역 책임?"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주에서는 교통 통제와 출입 제한 등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이 뒤따랐다. 당시 시민들은 국가 행사라는 점을 고려해 이를 감내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주시 성동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행사 기간 교통 통제가 심해 병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국가를 위한 일이라 생각해 참고 넘어갔다"며 “행사가 끝난 뒤 후속 사업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를 보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APEC 이후 경주가 국제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인들 “일시적 특수 이후 지속 효과는 미지수"


지역 상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보문관광단지 인근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정상회의 기간에는 방문객이 늘었지만, 효과는 단기간에 그쳤다"며 “이후 국제 행사나 포럼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 역시 “행사 준비 과정에서는 협조 요청이 많았지만, 이후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주시 “포스트 APEC은 국가 외교 성과의 연장"


경주시는 포스트 APEC 사업을 단순한 지역 기념 사업이 아닌 국가 외교 성과를 유지·확장하기 위한 기반 사업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정상회의는 국가 차원의 행사였던 만큼, 그 성과를 제도와 인프라로 남기는 과정에서도 중앙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방 재정만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비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협의를 이어가며 추경이나 중기재정계획 반영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성과 제도화 못 하면 국제행사 유치 부담 커질 수도"


전문가들은 국제 정상회의의 성과를 제도화하지 못할 경우, 향후 국가 행사 유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 행사의 준비와 운영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상당한 부담을 지는 만큼, 사후 활용과 지원 구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국가 행사 이후 성과 활용이 대부분 지방의 몫으로 남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향후 다른 지역에서 국제행사 유치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APEC, 정책 선택의 문제


경주 APEC은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그 성과를 어떻게 남길 것인지는 여전히 정책 선택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포스트 APEC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예산 편성 문제를 넘어, 국가 행사 이후 성과 관리와 책임 분담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는 일회성 행사로 평가될 수도, 중장기 국가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의 결과가 경주 APEC의 최종 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의 과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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