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국제금값이 12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향후 시세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국제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5.74% 급락한 온스당 4109.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4359.40달러를 기록했던 금값이 하루 만에 곤두박질친 것이다.
금 현물 가격도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금값은 장중 한때 6.3% 내린 4082.03달러를 기록, 2013년 4월 이후 이후 낙폭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날인 22일에도 금 시세가 추가로 최대 3% 하락해 4000달러선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급락으로 한때 60%를 웃돌았던 올해 누적 상승률은 약 55% 수준으로 축소됐다.
금과 함께 초강세를 이어오던 은값 역시 21일 장중 최대 8.7% 폭락했고 또다른 주요 귀금속인 백금과 팔라듐도 5% 넘게 급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지정학적 긴장, 재정악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등으로 급등세를 이어오던 금값이 차익실현 매물에 짓눌린 것으로 풀이된다.
ABC 리파이너리의 니콜라스 프라펠 기관투자 시장 총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수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지금이 차익을 실현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카크자다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노트를 내고 “최근 많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수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며 “(차익실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는 반응도 나온다"고 밝혔다.
금값 상승을 이끌었던 호재들이 소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미 달러화가 최근 들어 강세를 이어가는 데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여파로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보여주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 발표가 중단된 점도 매도세를 자극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 3개월 간 국제금 선물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향후 금값의 부정적인 전망들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찰리 매시 콜리어 전략가 등은 이날 시세 폭락을 계기로 금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하향 조정한 뒤 “앞으로 몇 주 동안 4000달러대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란 초기 호재는 언젠가 다시 주목받겠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금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금값은 이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 가치에 대비해 금·주식 등을 매수) 테마를 크게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AT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측면에서 금값은 조정기에 들어갔다"며 “4000달러선이 붕괴할 경우 대규모 투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의 과매수 양상을 예상해 최근 차익실현에 나섰던 전문가 역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켓게이지의 미셸 슈나이더 수석 시장 전략가는 킷코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동안 금과 은에 대해 강세론을 유지해왔지만 CNBC의 주요 뉴스에 오르는 등 모두가 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원자재 트레이더로서 투자자들이 고점에 몰리는지 주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경제 침체의 위험이 상당히 낮고 국제유가, 설탕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되고 있다며 “무언가가 붕괴하지 않는 한, 금과 은 가격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설탕 선물 가격은 연중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낙관론도 일부 남아 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총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금값이 이번 조정기에 온스당 3973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겠지만 강세 흐름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 역시 “리는 기술적 조정을 목격하고 있을 뿐이며, 장기적으로 금은 추가 상승 여력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