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진주혁신도시 소재 LH 본사 사옥 전경. 한국토지주택공사
정부가 주택공급 정책의 방점을 '속도전'에 찍었지만 신속한 주택공급의 주체가 되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취약한 재무구조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서 LH의 2025년 2분기 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 LH의 부채는 160조1055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LH의 자산은 7조3547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217.69%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기업 부채비율이 200% 미만일 때 재무건전성을 양호하다고 평가하는만큼, LH 재무구조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기획재정부도 LH가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자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최근 흐름세도 좋지 않다. LH의 부채는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2020년 129.7조원 ▲2021년 138.9조원 ▲2022년 146.6조원 ▲2023년 152.9조원에 이어 작년엔 부채가 160조를 넘겼다.
미래 전망도 부정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LH의 2020년 부채 규모는 170조2000억원으로 1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2029년에는 261조9000억원으로 300조원을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9.7 주택공급 대책에서 LH는 직접 시행자로 나서 공급 주체 역할을 맡는다. 서울 도시정비사업지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역할을 LH가 맡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LH는 최근 주택사업에서 유독 재무부실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LH가 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생긴 부채는 ▲2020년 1조6828억원 ▲2021년 1조8289억원 ▲2022년 1조8903억원 ▲2023년 1조8257억원 ▲2024년 2조8311억원이다. 작년엔 임대주택 사업 부문에서 부채가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LH 재무 상황이 빡빡해지면 정부가 공언한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스 있다. 토지 보상 및 매입과 시공사 선정 계약, 공사 발주 등 주택 공급 모든 프로세스에서 정부가 약속한 고품질의 주택을 빠르게 건설하기 위해선 고비용 투자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다만 LH는 재무 구조 개선에 만반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당장 LH가 우선 공급하는 주택 물량을 소화하기엔 재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직접 시행을 하는만큼 재무적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을 70조원 규모로 확보해 놓고 있어 대규모 채권 발행이 가능한 만큼 주택 공급을 위한 자금 흐름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5년간 LH가 직접 시행으로 공급하는 물량은 5만3000호 수준으로 1년에 만여 가구를 추가로 개발하는 정도"라며 “직접 개발 사업인 까닭에 공사대금이 늦게 들어오는 유동성 문제 여지가 있긴 하지만 현재 짜여진 주택공급 계획은 LH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는 LH가 직접 시행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 및 규제 완화와 함께 LH도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주택 공급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LH가 직접 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은 완공 때로 몇 년간 자금이 들어오지 못하는 시차가 발생한다"며 “이 과정에서 LH가 재무적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의 확실한 지원체계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박 교수는 “LH도 확실하게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 위주의 주택 시행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적률 상향을 통해 수익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