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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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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期·예산은 핑계”…가덕도신공항 ‘낙동강 오리알’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1 14:54

재입찰 앞두고 주관사 공백…대우건설 ‘조건 검토’ 신중모드
롯데건설도 참여 저울질, 정부는 조정안 마련 중
업계 “룰 부재·정치 변수·여론 압박 등 복합 요인”
전문가 “시급성 낮고 경제·환경 리스크 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입찰이 장기 표류 위기에 놓였다. 표면적으로는 공사 기간과 공사비가 주된 쟁점으로 보이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발주 조건 부재, 정치적 변수, 여론 압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고 진단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도 조기 착공·개항을 약속하고 있지만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에 따라 시급성이 떨어지고 반대 여론도 거세지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1단계 컨소시엄에서 공식 탈퇴하면서 공사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컨소시엄은 당초 현대건설(지분 25.5%)이 주관을 맡고, 대우건설(18%), 포스코이앤씨(13.5%)가 공동 참여하는 구조였다.


이미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지난 5월 '84개월 공기'와 '비현실적 비용 구조'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안전관리 체계 재정비를 이유로 철수했다. 전체 지분 39%가 공백이 된 셈이다.


현대건설은 당시 정부 목표인 2029년 12월 개항 일정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108개월 공기와 3조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부산시가 2030년 엑스포 유치 실패로 개항 시점을 맞출 필요성이 낮아진 만큼 정부가 재입찰 과정에서 공기를 8~9년 수준으로 조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사실상 유일한 주관사 후보로 꼽히지만 “입찰 조건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사 기간, 공법, 안전·재무 부담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조건이 현실화돼야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 연고를 가진 롯데건설도 입찰 조건을 보고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발주처의 방식과 스케줄이 먼저 확정돼야 기업이 준비에 들어간다"며 “기본 설계·공법·예산·공기 등 '룰'이 없는 상태가 사업 지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건설이 빠진 상황에서 항만·해양 토목 분야 실적 1위인 대우건설이 사실상 유일한 카드"라며 “국토부도 대우를 중심에 두고 재입찰 전략을 구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건설의 돌발 철수 배경에 대해선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최고위층에서 정무적 이유로 결정을 내렸다는 소문이 있었고, '공사기간·비용 늘려 돈 빼먹으려 한다'는 여론이 국토부와 현대 모두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사업 구조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덕도신공항은 정치적 공약 성격이 강하고, 시급성이 크지 않아 표류해도 이해관계자 피해가 크지 않다"며 “입지 난공사 가능성, 환경·안전 문제, 제한적 경제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계륵 같은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돈과 기술 모두 부담"이라며 “예산 현실화 없이 진행하면 건설사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원가 상승분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에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낮고, 일정 지연 시 지체보상금 부담까지 커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재입찰 조건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김윤덕 장관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겠다"며 안전성과 품질 확보, 신속한 정상화를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조건 조정안, 대우건설 단독 주관 여부, 롯데건설 참여 가능성이 향후 사업 향방을 가를 '3대 변수'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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