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를 앞두고 현장을 방문해 주변 교통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서울시청 권역 도심과 부도심을 잇는 서소문고가차도가 1966년 이후 60여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랜기간 고가로 가려진 이 일대가 밝은 하늘을 보게 되면서 주변의 도심 소형 단지들의 시세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작업이 오는 8월 17일 새벽 정각을 기해 시작된다. 길이 335m, 폭 14.9m 규모로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총 18개의 교각으로 구성된 서소문고가차도는 현재 하루 평균 4만 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1966년 건설된 서소문고가는 서울 부도심에서 서울시청 권역을 중심으로 한 도심을 잇는 주요 통행도로였다. 1960~70년대 산업화 당시 서울의 고가도로는 개발의 상징으로 각광받아 도심 요지 곳곳에 고가차도가 건설됐다. 하지만 차량 통행이량이 급증한 1990년대 이후로는 오히려 고가차도는 원활한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다.
이에 2003년 청계천 복원 사업과 함께 삼일고가의 철거를 시작으로 서울의 고가차도가 하나둘씩 모습을 갖췄다. 2010년대 들어 뉴타운 사업이 활발해 지면서 서울 도심의 고가차도 철거가 주변 주택 시장의 호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철거된 아현고가차도와 2015년 사라진 서대문고가차도다. 신촌 부도심과 충정로를 연결하는 아현고가차도와 충정로에서 광화문 사이를 연결해 주던 서대문고가차도는 이 일대의 경관을 가로막는 골칫거리였다.
무엇보다 아현고가 인근의 아현뉴타운사업을 통해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가 2014년 9월 입주를 시작했고, 돈의문뉴타운에선 경희궁자이가 2015년 10월 분양을 시작하면서 고가차도 철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마래푸 입주 6개월 전인 그해 3월 아현고가차도가 철거됐고, 서대문고가도 경희궁자이 분양 3개월을 앞두고 철거를 마쳤다. 이들 두 단지는 오랜 세월 고가차도로 일대 경관이 가로막혀 답답하고 어두웠던 분위기가 강했던 지역들이었다. 분양 당시 미분양이 발생했던 것도 이런 선입견이 작용했던 바가 있었다.
그러나 고가차도가 철거되고 경관이 완전하게 확보됨과 함께 교통 체증 문제 등 실생활의 불편함까지 해소되자 이들 두 단지는 미분양 시절이 언제였다는 듯이 시세가 고공행진하면서 현재는 대표적인 서울 뉴타운 재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번 서소문고가차도 주변엔 아현고가와 서대문고가처럼 대규모 뉴타운 개발 단지가 계획 중인 바는 없지만 주변으로 충정로 SK뷰(2008년 10월 입주)와 덕수궁 롯데캐슬(2016년 8월 입주) 등 아파트를 비롯해 브라운스톤 서울(2006년 3월 입주) 등의 주상복합들이 들어서 있다.
이들 단지들은 서소문고가로 인해 조망 침해, 소음 및 분진, 사생활 침해 등으로 불편함을 겪어왔는데 고가가 철거되면서 이런 악재들이 모두 해결돼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브라운스톤 서울 단지 내 A부동산 공인중개소는 “저층부는 고가로 인해 일조권이 침해되는 피해가 있었고, 고층부는 고가 위로 다니는 차량 문제로 소음 및 분진,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점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해소됐다"며 “이제 막 시에서 결정이 나온데다 대출 규제로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지만 내년에 철거를 마치면 일대가 훤해지면서 시세도 움직일 것 같다"고 전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고가차도 철거는 인근 공동주택엔 호재로 작용한다"며 “서소문고가 인근에 큰 주거지역은 없지만 고가차도가 철거되면서 주변의 브라운스톤 서울을 비롯해 몇몇 소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미관 및 교통 개선, 주변 환경 정화 등이 이뤄지면서 집값 상승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