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막판 총력전이 펼쳐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상호 관세 발효 이후 현지 자동차 판매 전략을 점검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대규모 현지 투자를 발표한 이력이 있는 만큼 다방면에서 '지원사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9일 민간 외교관 성격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역시 28일부터 현지에서 우리 산업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측 협상 카드로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및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 회장까지 합류하면서 우리나라 관세협상단 행보에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를 15%로 내리는 데 성공하면서 정 회장의 역할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 조지아주의 차량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의 새로운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21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찬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각 그룹 회장으로부터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지방 활성화 방안, 연구개발(R&D) 투자 및 미래 사회 대응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미국 고율 관세에 대응해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측에 제안할 '카드'를 일정 수준 공개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 24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사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전략적인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한 가운데 총 200여개 부품을 두고 최적의 조달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2분기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이 8282억원인데 그중 20% 가량이 부품 관세 탓이었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현장 경영을 펼치며 관세 충격 이후 업황 등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재료·가공비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한편 부품 현지 조달에 나서는 등 '비상계획'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