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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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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대권욕’에 흔들리는 서울 주택시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7 09:00

오 시장, 신당 9구역 현장 방문해 주민 만나 정비사업 속도 단축 정책 홍보 나서

정비사업 활성화는 시장 과열 현상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검’

오 시장 올해 초 계엄정국서 토허제 정책 실기로 서울 아파트 값 상승 부른 ‘원죄’

이광수 대표 “서울 개발 규제 완화는 집값 상승 도화선… 세심한 정책 수립 필요”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방문한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특별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나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는 안 그래도 불안한 서울 시내 주택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해 두고 또 다시 '부동산 신화'를 자극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27일 주택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크게 단축해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로 서울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내놨다.


이번 방안에 따라 시는 정비사업 전 과정에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보조금 지원 요건과 절차도 과감하게 줄여 조합설립을 1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허가 절차도 개선해 평균 18.5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3년으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입주 시기가 5.5년 빨라지는 셈이다.


이번 정책 공개는 오 시장이 지난 24일 중구 신당동 9구역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을 모아놓고 발표했다. 신당9구역 재개발 사업은 신당동 432-1008번지 일대(면적 1만8651㎡ 규모)에 공동주택 8개 동, 315개 가구와 부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신당 9구역은 남산이 가까워 아파트 완공 시 숲세권이 보장되고, 서울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도 가까운 역세권 입지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남산고도 제한이 걸려있는데다, 개발지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약점이 있었다.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업은 20년 넘게 표류 중이다.




이날 오 시장은 대규모 취재진을 대동한 채 신당 9구역 주민들을 모아놓고,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주민들은 오 시장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그의 손을 잡은 채 빠른 개발을 이뤄달라고 요청했다. 오 시장은 구역 내 한 야외 정자 밑에서 시민들과 둘러앉아 미숫가룻물을 나눠 마시면서 정책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간담회를 표방한 이 자리에서 그는 주민 고충을 경청하면서 반드시 조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연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가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집값만 띄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은 빈 땅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도정사업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큰 틀에서는 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맞는 정책일 수 있어도, 서울 주택시장은 또 다른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십년 동안 재건축이 미진한 압구정 현대, 잠실주공 5단지, 대치 은마 아파트 등 대규모 노후 서울 구축 단지들이 재건축 될 경우 그 일대 강남 아파트가 1차로 시세가 상승하고, 주변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한강벨트 전체로 과열 현상이 번질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던 지난 2월 서울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한달 여만에 확대 재지정하는 바람에 정치적 욕심에 부동산 정책을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이번 오 시장 정책은 이중성에서 문제가 있다"며 “정책이 시행될 경우 신당 등 강북 노후 강북지역 정비사업은 오히려 표류하고, 사업성이 좋은 강남 재건축 단지가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역대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 되면 대부분 시장이 안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오 시장의 이번 정책이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는 의미는 있지만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이 훨씬 큰 만큼 보다 세심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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