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점 통합이 저축은행 업계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금융권 전반 변화에 발 맞추고 있다. 점포 축소로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한편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같은 디지털 자산 사업에도 뛰어드는 추세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점포(본점, 지점, 출장소)는 총 259곳이다.
이는 1년 동안 17곳 감소한 숫자로, 업계는 최근 5년간 오프라인 점포를 적극적으로 축소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304개였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9개까지 줄어들었다.
자산규모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비롯해 OK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NH저축은행 등이 지점 및 출장소 통폐합을 단행 중이다. 가장 점포수를 많이 줄인 곳은 SBI저축은행으로 현재는 전국 20곳만 남겼다. 융창저축은행, NH저축은행, DB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도 지점 간판을 1곳씩 내렸고 페퍼저축은행은 출장소 운영을 중단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인력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임직원은 9563명으로 전년 대비 318명 줄었다.
과거에는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점과 출장소를 설치했지만 최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점 통합이 업계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은 축소한 뒤 대부분의 예금 업무를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대출도 온라인으로 신청받는 방식이다. 상담 등 대부분의 서비스도 온라인화함에 따라 IT인프라 고도화, UI·UX 개선 등 디지털을 통한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사별로는 OK저축은행이 올해부터 미래디지털본부 산하 인공지능팀을 신설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축을 완료한 OK는 최근 다날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과 서비스 개발도 본격화했다.
DB저축은행은 일찍이 내부에 디지털BIZ팀을 신설하고 디지털 금융 전환에 공을 들여왔다. 앞서 초간편 모바일뱅킹을 만들어내거나 비대면 전용 예금상품 등을 출시하는 한편 백오피스 프로세스 자동화, 고객 신용정보 자동 평가를 통해 효율화도 꾀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업계 내에서도 선제적으로 IT기술을 도입한 회사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업계 최초 모바일 뱅킹 앱 '플랫폼 웰컴디지털뱅킹(웰뱅)' 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자체 개발한 표준개발 프레임워크 '웰코어'의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웰코어는 여신, 수신, 심사 등 금융사의 핵심 백오피스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내부 전산 시스템으로, 저축은행을 비롯해 캐피탈, 대부업체 등 중소형 금융사를 대상으로 쓰이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이 시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OK저축은행에선 보유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다날의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업계는 추세적 변화에 따라 예대 마진이라는 전통적 비즈니스를 디지털과 연계해 수익성으로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무 효율화에 따른 비용절감과 거래비용 축소 등 부수적인 요인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모바일 앱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환경 속에서 금융 취약계층 등의 접근성을 보완해나가야 하는 점은 과제다. 디지털화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반대로 지방이나 농촌 등 고령 비율이 높은 지역 고객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추가로 앱 조작방식이나 인증 절차 안내, 신종 디지털 금융사기 노출 위험에 대한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영업 범위나 자본규모의 편차가 큰 업계 특성상 전 업권이 같은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없는 점이 있어 중앙회 차원의 역할도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과 대면 기능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지점 운영 등 맞춤형 금융 지원으로 단계적 디지털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점포 축소는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영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인력이나 기술력 등 투자 자본이 부족한 회사가 디지털화에서 소외되지 않게 지방이나 농촌 고객들을 위한 대처도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