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베르가모에 문을 연 포스코이앤씨 홍보관(왼쪽)과 바로 위층에서 운영 중인 HDC현대산업개발 홍보관). 두 건설사는 오는 22일 열리는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 맞춤형 설계·금융 조건 등을 내세워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용산 전자상가를 신산업 복합시설로 재개발하고, 국제업무지구에는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한 해외 설명회를 여는 등 '용산 삼각축' 개발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비창 전면1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장과 정책 양면에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핵심 개발축이 동시에 가동되는 만큼 분양 시장의 수요 흡수력과 사업 수익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속도 경쟁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수익 구조에 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용산 나진상가 12·13동을 지하 8층~지상 27층, 연면적 약 7만3420㎡ 규모의 복합개발로 추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오피스텔과 업무·판매시설이 들어서며, 30% 이상은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용도로 확보해야 한다. 기존 유수지 상부는 공원화된다.
해당 부지는 국제업무지구, 정비창 전면1구역과 함께 '삼각축' 구도의 일환으로 개발된다. 입체적 재편을 목표로 한 이 구상은 서울 도심 개발의 방향성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정비창 전면1구역은 오는 22일 조합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며, 포스코이앤씨와 HDC현산이 수주를 두고 경쟁 중이다. 양사는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금융 조건, 조망 설계, 고급 마감재 등을 내세우며 실질적 혜택 중심의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CD(양도 예금 증서) 연동 확정금리 조건으로 총 1조5000억 원 규모 사업비를 조달하고, 1금융권 5곳과 협약을 체결했다. HDC현산은 가구당 최소 20억 원 이주비와 CD+0.1% 고정금리, 1조3200억 원 규모의 사업촉진비 보증을 제시했다.
조망 특화 설계, 스카이브릿지 커뮤니티, 수입 마감재 등에서도 양사는 고급화를 강조하고 있다. 1구역은 1108세대 규모지만, 전체 8000세대 정비창 개발의 선도 구역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국제업무지구는 수년간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서울시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서울 포워드' 설명회를 시작으로 뉴욕과 LA에서 순회 홍보를 이어가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서울시는 100층급 랜드마크 빌딩과 스마트시티 기반 복합업무지구 조성을 제안하며 글로벌 본사 유치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최근 시민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고 개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상생리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기존 리츠(REITs)의 한계였던 외부 투자자 중심의 수익 분산 구조를 보완해,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모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개발이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이 모델을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SH공사 개발 예정 부지(B9)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저이용 공공부지 등 다양한 민관 협력 사업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용산이 복합개발에 적합한 입지를 갖췄다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공급 과잉과 수익성 저하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교통, 조망, 접근성 측면에서 최적지"라며 “업무·상업·관광이 어우러질 경우 도시 경쟁력 강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권 재개발이 마무리된 가운데 용산이 마지막 대형 개발지로 주목받지만, 분양가상한제와 상업시설 공실 우려가 여전하다"며 “건설사들이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수익 회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상가 재개발은 한강 르네상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상징적 사업"이라며 “민원 조율과 제도 정비 없이 추진될 경우 사업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하반기 중 전자상가 인허가를 마무리하고 민간 협약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비창, 전자상가, 국제업무지구 간 유기적 연계와 시너지 확보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상을 강남 중심의 일극 구조에서 '강남–용산' 양축 체제로 전환하려는 흐름으로 보고 있으며, 그 성패는 시장 수용성과 수익성, 민관 협력 간 정교한 균형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